스페인 집권당, 부패사건 증거인멸 혐의 기소…창당 후 최대위기

입력 2017-12-02 22:17
스페인 집권당, 부패사건 증거인멸 혐의 기소…창당 후 최대위기

스페인서 정당 기소 첫 사례…불법자금 흐름 담긴 컴퓨터 등 조직적 인멸 혐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집권당이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증거 인멸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스페인 역사상 정당이 형사재판에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들에 따르면 마드리드형사법원은 지난달 30일 주요 부패사건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적용해 국민당(PP)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렸다.

국민당은 마드리드의 당사에 있던 전 재무담당 최고 당직자 루이스 바르세나스의 노트북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등을 파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페인 검찰은 국민당이 파기한 하드디스크에 당내 불법 정치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자료들이 다수 담겼던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당은 당 사무국 직원들을 동원해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러 오기 직전에 바르세나스 전 재무장관의 컴퓨터 등을 파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국민당은 물론, 현 국민당 재무담당 최고 당직자와 당에 고용된 컴퓨터 전문가, 당 변호사도 증거인멸·은닉 혐의로 기소하라고 결정했다.

2009년까지 국민당 최고 재무담당 당료를 지낸 바르세나스는 국민당을 둘러싼 초대형 부패 캔들인 이른바 '귀르텔 사건'의 핵심 피의자 중 하나다.

이 스캔들은 스페인의 기업인들과 국민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전직 재무장관, 당직자 등 40여 명이 뇌물수수와 불법 돈세탁, 탈세 등의 혐의로 무더기 기소된 사건이다.

국민당 인사들은 기업인 프란치스코 코레아 등으로부터 각종 공공계약 관련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9년 코레아가 경찰에 체포된 뒤부터 조금씩 전모가 드러내고 있는 이 스캔들은 스페인 역사상 최대 부패사건으로 꼽힌다.

앞서 마라아노 라호이 총리는 스페인 현직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국민당은 라호이 총리가 13년째 이끄는 중도우파 색채의 정당으로, 2011년부터 집권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귀르텔 사건'으로 인해 창당 후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태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