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대표 먹거리 되네르케밥 '위기'…EU, 첨가물 규제 검토
유럽 되네르케밥 업계 "인산염 금지, 사형선고나 같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올해 6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의 한 행사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직접 만들고 맛보는 장면이 총선 정국에서 화제가 됐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고기 기둥'에서 잘 익은 겉면을 얇게 잘라내 각종 채소와 함께 빵 사이에 끼워 먹는 터키의 즉석 음식, 바로 '되네르 케밥'(회전 케밥)이다.
되네르 케밥은 여러 부위의 살코기와 지방을 층층이 쌓아 원기둥 형태로 만든 후 고기 기둥을 돌려가며 가열하는데, 고기가 익으며 지글거리는 육즙의 윤기가 입에 침을 고이게 한다.
맛있고 푸짐한 데다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어 터키뿐만 아니라 전 유럽에서 큰 인기다.
최근 독일 서부에서 친(親)난민정책을 펼친 시장이 공격을 당한 곳도 되네르 케밥을 파는 식당이다.
최근에는 관광객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미주와 아시아에서도 터키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되네르 케밥 집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사랑을 받는 되네르 케밥이 유럽연합(EU)의 식품첨가물 규제 움직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지 모른다고 영국과 터키 언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육류에 인산염 첨가물 제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혈중 인산염 농도와 심혈관질환·사망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에 따른 것이다.
인산염은 산도조절 등의 목적으로 다양한 가공식품에 널리 쓰인다. 육류에는 수분을 머금어 육즙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인산염 첨가물 없이 되네르 케밥을 조리하면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고기가 말라 오래된 것처럼 보이고, 촉촉함이 없어져 식감이 떨어진다.
독일 되네르 케밥 생산자협회의 케난 코이윈쥐는 영국 취재진에 "육류에 인산염이 금지되면 이는 되네르 케밥 산업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회가 인산염을 소시지 등 일부 육류가공품에는 계속 허용할 것 같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독일 등에서 되네르 케밥을 판매하는 업주는 대부분 터키계 이민자들이다.
터키 일간지 휘리예트는 "일부 되네르 케밥 식당은 이번 조처가 터키인 사업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라고 의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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