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 伊사이클 경주대회에 '불똥'
지로 디탈리아, '서 예루살렘'서 '예루살렘'으로 표기 정정 홍역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예루살렘을 둘러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해묵은 갈등의 불똥이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국제적 사이클 경주대회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에 튀었다.
로마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관은 1일 성명을 내고 지로 디탈리아 조직위원회가 이스라엘의 압력에 굴복해 당초 홍보 자료에 '서 예루살렘'으로 표기돼 있던 내년 개막 경주 장소를 안내하는 문구를 '예루살렘'으로 고쳤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팔레스타인 대사관 측은 "지로 디탈리아 조직위는 이스라엘의 협박에 굴복함으로써 이스라엘의 (동 예루살렘에 대한)군사 점령과 국제법 위반에 공모했다"고 비난했다.
대사관은 "조직위는 결과적으로 유엔 결의안이 규탄하고 있는 동예루살렘 복속을 지지했다"며 "이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정치적 입장과도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11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이탈리아 일주 사이클 경주대회인 '지로 디탈리아' 조직위는 내년 5월4일 개막하는 101차 대회의 경로를 발표하며, 첫날 경주가 '서 예루살렘'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최근 소개했다.
지로 디탈리아 조직위의 이 같은 소개 문구에 이스라엘 정부가 반발하며 문제의 용어를 바꾸지 않으면 대회 개최에 협력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자 지로 디탈리아는 결국 자료를 수정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발발한 제3차 중동 전쟁 때 예루살렘 동부를 점령해 병합한 뒤 예루살렘에 동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하나의 통합된 예루살렘만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사회 대부분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측은 동 예루살렘을 향후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의 수도로 삼길 희망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 열리는 사이클 일주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번째 규모인 지로 디탈리아의 내년 대회는 5월4일 예루살렘에서 개막해 5월27일까지 이어진다.
지로 디탈리아가 경기를 유럽 바깥에서 치르는 것은 내년이 사상 처음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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