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 어린이 함께 노는 헝가리의 놀이터
'놀이터 설계' 스타트업 좋은 반응…"우리뿐 아니라 모두의 고민"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장애,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된 놀이터가 헝가리 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확산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놀이터 설계 관련 스타트업의 공동대표인 하르샤니 에스테르(44)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놀이터에서 놀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르샤니는 뇌전증을 지니고 태어난 일곱 살짜리 아론의 엄마다. 아론은 형이 운동장에서 기구에 오르고 모래밭에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지금은 부다페스트 시내에 장애, 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놀 수 있도록 설계된 30여 개의 놀이터에서 형,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다.
부다페스트 외에도 헝가리에는 전국에 이런 놀이터가 30여 개 가량 더 있다. 모두 하르샤니의 회사가 설계를 맡았다.
하르샤니는 아들이 '버터플라이'라고 부르는 시소에 타는 걸 도와주면서 "놀이터 덕분에 아론이 비장애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시소에는 추락을 막기 위해 옆에 '날개'라고 부르는 안전장치가 있고 손잡이와 시소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돕는 디딤대가 있어 휠체어를 써야 하는 장애 어린이들도 보호자 도움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하르샤니 외에 장애 자녀를 둔 다른 네 명의 부모들은 2013년 놀이터를 바꿔보자는 생각에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2014년 설계 전문가 친구가 회사에 합류했고 부모들의 역할은 장애,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기구를 고안하는 것이었다.
'모래언덕'이라고 부르는 경사진 모래밭은 누워서, 또는 서서 장애, 비장애 어린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게 만들었다.
하르샤니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운동장은 길게 보면 좀 더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비장애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장애 아이들과 접촉하고 말하고 들을지 가르치는 장소다"라고 말했다.
놀이터에 아이를 데리고 온 아르파드 콘츠는 "기존 놀이터가 철저히 장애 아이들은 이용할 수 없게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 놀라웠다"며 "비장애인인 내 아이가 자신과는 다른 아이들을 만나는 경험을 일찍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르샤니는 "장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부족한 건 헝가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 등에서도 장애, 비장애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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