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SNS 설전 일주일째…정신과 의사들 성명까지 발표
'애호박' 발언으로 시작해 여혐→의사 직업윤리 논란으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배우 유아인을 둘러싸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설전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유아인의 이른바 '애호박' 발언으로 촉발된 말다툼에 유명 정신과 전문의가 개입하면서 논란이 엉뚱하게 번졌다.
지난달 24일 한 누리꾼의 트윗에 유아인이 대응하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한 누리꾼은 평소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즐겨 쓰는 유아인을 이렇게 표현했다. "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칸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 있으면 가만히 들여보다가도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 하고 코 찡긋 할 것 같음"
유아인이 여기에 "애호박으로 맞아 봤음?(코찡긋)"이라고 답글을 달자 '폭력적이다', '한남이다' 등의 비판이 SNS에서 쏟아졌다. '한남'은 급진적 여성주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 등지에서 한국 남성을 싸잡아 비난할 때 쓰이는 용어다. 여혐·남혐 논란으로 번진 상황에서 유아인은 일일이 댓글을 달며 불특정 다수 누리꾼과 논쟁을 벌였다.
유아인은 "증오를 포장해서 페미인 척하는 메갈짓 이제 그만"이라고 적는 등 계속된 공격에 맞받아쳤다. 이틀 뒤 유아인이 "나는 '페미니스트'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며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정신과 전문의가 갑자기 끼어들어 문제가 다른 방향으로 확대됐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유명해진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유아인의 SNS 이용 빈도와 글에 나타난 사고의 비약 등을 지적하며 '급성 경조증' 가능성을 제기하는 글을 SNS에 올린 것. 경조증은 가벼운 정도의 조증을 말한다. 김 전문의는 "우울증으로 빠지면 억수로 위험합니다", "이론상 내년 2월이 가장 위험하다"라고도 적었다.
그러나 유아인의 SNS 글만으로 사실상 정신과 진단을 내리고 인터넷에 공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애호박'에서 시작된 설전이 여혐 논란을 거쳐 의사의 직업윤리와 인권침해 논란까지 확대된 셈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김 전문의에게 유감을 표했다. 협회는 "정신과 진료의 특성상 개인을 진료실에서 면밀히 관찰하고 충분히 면담하지 아니하고는 정신과적 진단을 함부로 내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문의를 "윤리규정에 따라 조치"해달라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요구했다.
김 전문의는 일이 커지자 문제의 글들을 삭제하고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너무도 송구하며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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