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도 교사도 스트레스…유치원 학습발표회 줄줄이 폐지
청주 '음악제 학대' 사건 이후 급감…올해 유치원 15%만 개최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빼놓을 수 없는 유치원 '연례행사'였던 학습 발표회가 폐지되는 추세다.
행사 준비 과정에서 교사와 유아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아동 학대 문제도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학습 발표회를 여는 유치원도 지나친 '보여주기식' 행사에서 벗어나 교육 과정에 있는 다양한 표현활동을 선보이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청주시교육지원청은 오는 6일까지 올해 학습발표회 현황을 제출해 달라고 79개 공립 유치원과 55개 사립유치원에 공문을 보냈다.
시교육지원청은 같은 내용을 지난달 이메일로 사전 조사했다. 학습발표회를 하는 곳은 때와 장소를 정할 때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했는지도 알려달라고 했다.
그 결과 공립은 유·초등 공동개최 16곳, 미개최 63곳으로 나타났다. 사립은 개최 4곳(대관), 미개최 51곳이었다.
사전 조사만 보면 전체 공·사립 유치원(134곳)의 14.9% 20곳만 학습발표회를 했거나 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공립의 경우 39곳이 단독 또는 유·초등 공동 개최했고, 40곳은 학습발표회를 하지 않았다. 사립도 전체 54곳 중 13곳(대관 6곳)만 열었다.
청주에서 유치원 학습발표회 폐지가 두드러진 것은 작년부터다.
2015년 11월 A유치원에서 발생한 이른바 '음악제 원아 학대'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유치원 교사 6명이 11월 6일부터 19일까지 강당에서 연말 음악제 연습을 하는 원생 60명을 밀치거나 머리를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교사 3명은 실수를 한다는 이유로 7세 원생 40여 명에게 50∼90회에 걸쳐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조사돼 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당시 사안 조사를 했던 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사들이 '멋진 공연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순간 이성을 잃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으로 어린이집을 포함해 원생들이 학습발표회나 재롱잔치 준비를 하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현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학부모 다수가 원치 않으면 원생이나 교사 모두 심적 부담을 크게 느끼는 이런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장 등 유치원 관계자들의 의식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충북도교육청은 유아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해 연습해야 하는 보여주기식 행사나 대규모 학습발표회 지양, 아동 학대 예방 교육 강화 등을 일선 유치원에 수시로 주문했다.
가능하면 연령별로 원내에서 평소 교육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프로그램 운영하도록 권장했다.
청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3일 "아이들이나 교사, 교육당국 모두 아픔을 겪은 이후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아를 행복하게 하고 학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교육 과정에 속하는 다양한 표현 활동을 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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