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부터 침대 축구까지…KAIST AI 월드컵 '흥미진진'
예선 통과 4개 팀 결선…전북대 '전북현대' 닮은 공격전술로 우승
AI 해설·AI 기자 종목도 진행…"짧은 시간 학습능력 경이"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블루팀 2번 선수, 레드팀 선수 사이를 뚫고 드리블합니다. 그대로 몰고 가나요? 슛∼골!"
2018 러시아 월드컵 조 추첨을 몇 시간 앞둔 1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KI빌딩 1층 퓨전 홀에서는 환호와 탄식이 수시로 교차했다.
200여명의 관람객은 강당 대형화면에서 펼쳐지는 축구 경기에 눈을 떼지 못했다.
네모 모양으로 구현한 선수들은 공 하나를 두고 기민하게 움직이며 상대 팀 진영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단조로운 2차원 평면에 단순한 그래픽인 것처럼 보이지만, 작동 원리를 고려하면 관심을 끌 만했다.
KAIST는 이날 인공지능(AI)이 구현하는 AI 월드컵 결선을 펼쳤다.
AI 월드컵은 AI 기반 스포츠 종목으로는 세계 최초로 열리는 대회다.
AI 축구는 딥러닝 방식의 기술을 통해 스스로 학습한 5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상대 팀 골대에 골을 넣어 득점이 많은 팀이 이기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참가 신청한 총 18개 팀이 지난달 예선을 거쳤다. 결선에선 4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해 우승팀을 가렸다.
실제 경기에선 일어나지 않을 법해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수시로 보였다.
빈 골대를 향해 드리블하다 갑자기 골대 옆으로 틀거나, 단 두 명의 선수만 볼 다툼을 하고 나머지 8명은 경기장 구석에 모여 있는 식이다.
공과 상관없는 지역에서 춤추듯 빙글빙글 돌며 응원단장 역할을 하는 선수도 있었다.
경기에 우세가 점쳐지면 시간만 허비하도록 공을 구석으로 모는 영리한 학습 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AI 월드컵 첫 번째 우승컵은 전북대 자율로봇 연구실 채홍석·김진원·김봉수·윤진우 학생의 'AR lab' 팀에게 돌아갔다.
전북대 팀은 결승에서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WISRL' 팀을 13대 6으로 격파했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을 닮은 플레이 스타일로 경기마다 10점 안팎의 높은 득점력을 보였다.
전북대 팀은 "선수 대신 총괄 감독이 있다고 생각하고 프로그래밍했다"며 "어떤 시점에서 공격하고 수비를 할지 정하는 학습을 중점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우승팀에게는 상장과 1천만원의 상금이, 준우승팀에는 5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공동 3위를 차지한 2개 팀에는 각각 150만원이 지급됐다.
하동수 KAIST 조천식녹색대학원 교수는 "상대 팀 스타일에 맞춰서 손흥민처럼 뛰던 선수가 다음 경기에선 이운재처럼 움직이는 모습도 흥미로웠다"며 "짧은 시간에 이 정도 학습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참가팀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AI 축구 경기 영상을 분석하고 해설하는 AI 경기해설과 결과를 기사로 작성하는 AI 기자 종목도 함께 진행했다.
해설의 경우 정확성, 충실성, 예측력, 유창성 등을 살펴 '얄리 팀'을 수상팀으로 결정했다.
AI 기자는 구조성, 가독성, 진실성, 정보성, 유사성 등을 고려했다. KAIST 팀이 첫 AI 월드컵 수상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회조직위원장인 김종환 KAIST 공과대학장은 "앞으로 여러 기관과 협력을 통해 외국 대학이나 기업에도 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국제대회로 확대해 치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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