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인 듯 태피스트리인 듯…실로 짜낸 추상화

입력 2017-12-01 13:40
유화인 듯 태피스트리인 듯…실로 짜낸 추상화

PKM갤러리서 브렌트 웨든 개인전 '카르마'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브렌트 웨든은 실을 짜는 작가다.

그는 독일 베를린의 작업실에서 우리네 베틀과 유사한 '룸'이라는 핀란드산 기계에 앉아 하루 6시간씩 실을 짠다.

직조에만 순수하게 일주일, 실을 고르고 밑그림을 구상하고 직물을 거대한 캔버스에 부착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한 달이 꼬박 걸린다.

그의 작품들은 언뜻 단색조 유화처럼 보이지만, 다채로운 직물 조각을 모아 붙인 태피스트리 회화다.

"반복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직조와 잘 맞아요. 직조하는 동안 제 작업을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 있죠. 이 작품이 (전형적인) 회화인가 착각하게 하는 부분도 이 작업의 매력이죠."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만난 작가는 "힘은 들지만, 아주 느린 작업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출신인 작가는 회화와 드로잉을 전공했지만, 2004년 베를린에서 직조 전문가를 만난 것을 계기로 태피스트리에 빠져들었다.

한국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 '카르마'에는 직물로 기하학적인 도형과 인상적인 구도를 만들어낸 신작 12점이 나온다.

실을 고르는 것도 작가에게는 중요한 작업 과정이다.

작업을 위해 특정한 실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 뒤 남긴 자투리 실들을 구해다가 작업에 쓴다.

이번 전시작 가운데 분홍색과 녹색 조합이 많은 것도 작업 당시 두 가지 색실을 구하기 용이했던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과 공예를 구분 짓는 것으로 "공예가들은 하나의 재료만으로 완벽한 상태를 만들지만, 나는 작업 과정에서 생기는 실수나 오류를 인정하고 오히려 이를 부각해 작품의 일부로 전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PKM갤러리는 "직조의 과정을 통해 가시적인 노동의 결과물로 물질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새로운 시각으로 추상표현주의에 질문을 던진다"고 평했다.

전시는 30일까지. 문의 ☎ 02-734-9467.

같은 기간 갤러리 별관에서는 윤형근 화백의 작고 10주년을 맞아 특별전 '오일 온 한지'가 열린다.

1970~1980년대 제작된 닥지 작업 중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15점이 나온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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