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객? 불청객?" 도래지 통제에 철새 모이주기마저 뚝

입력 2017-12-01 13:26
"진객? 불청객?" 도래지 통제에 철새 모이주기마저 뚝

AI 확산 주범으로 몰리면서 모이 주기 4년째 중단

단체 "통제가 되레 확산시킬 수도" vs 지자체 "차단이 최우선"

(전국종합=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겨울만 됐다 하면 철새 날아오는 곳을 다 막아놓는데 먹이를 어떻게 줍니까. 철새도래지 폐쇄하고 30년 넘게 해왔던 행사를 다 중단하게 생겼습니다."



전국적으로 확산한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동물보호협회와 환경단체 등이 주관해 온 철새 모이 주기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협회와 단체들은 '통제만으로 AI를 막을 수 없다'며 철새도래지 폐쇄 등 차단 방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남궁대식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방역 당국이) AI 발병 원인을 철새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며 "근본적인 원인은 밀집 사육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닭과 오리에 있는데 통제와 폐쇄로 질병을 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 설립한 한국조류보호협회는 매년 국내 3대 철새도래지인 금강하구와 천수만, 주남저수지 등을 찾아 철새 모이를 줬다.

전국 49개 지회 회원 2천여 명이 기러기류와 고니류, 두루미류 등 철새가 날아드는 저수지와 습지에서 봉사를 이어왔다.

30년 넘게 이어진 먹이 주기는 2014년 1월 전국을 휩쓴 고병원성 AI(H5N8) 여파로 중단됐다.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가창오리 수백 마리 사체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AI 바이러스가 전국 축산농가를 덮쳤다.

닭과 오리 수백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AI 진원지로 지목된 철새도래지 곳곳이 폐쇄됐다.



올해도 고창 육용오리 농가에서 고병원성 AI(H5N6)가 확진되면서 동림저수지와 만경강 등 호남과 제주 철새도래지 10여 곳에 통제 초소가 설치됐다.

충남 예산군은 황새공원 문화원에서 진행하려던 천연기념물 전시회를 취소했고 전남 순천군은 대표 관광지인 순천만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부터 4년 동안 독수리 등 일부 맹금류를 제외하고 철새도래지 폐쇄로 모이 주기 행사 대부분이 취소됐다는 게 한국조류보호협회 설명이다.

한국조류보호협회는 모이 주기 통제가 되레 AI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궁 사무총장은 "겨울에 국내에 날아드는 철새 대부분은 농가가 아닌, 습지와 저수지에서 서식한다"며 "먹이를 주지 않으면 철새들이 주변 농가로 날아와 면역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닭과 오리에게 AI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반대로 철새가 닭과 오리에 감염된 바이러스에 감염돼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와 반대로 AI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차단 방역이라고 밝혔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난달 19일 고창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AI가 인접한 지자체로 퍼지지 않은 것은 차단 방역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철새도래지를 통제하지 않으면 AI에 감염된 야생 조류 분변을 비롯한 배설물이 차량 바퀴 등에 묻어 순식간에 전국 축산농가로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a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