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교체 기정사실화?…트럼프도 적극 부인 안해

입력 2017-12-01 10:24
틸러슨 교체 기정사실화?…트럼프도 적극 부인 안해

백악관 "인사 없다" 했지만…美언론, 각종 소식통 인용해 교체에 무게

트럼프와 대북외교 엇박자·국무부 구조조정으로 안팎 저항 직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 언론들을 중심으로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의 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백악관이 틸러슨 장관을 조만간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NYT)의 30일(현지시간) 보도 이후 미국 주요 언론이 일제히 각각의 소식통을 인용해 같은 취지의 내용을 전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해당 보도에 대해 즉각 "이 시기에 인사 발표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적극 부인은 하지 않고 있어 미 언론은 시기의 문제일 뿐 교체설 자체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틸러슨 장관이 남아있길 바라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렉스는 여기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통신은 이러한 답변이 틸러슨 장관 교체설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 시기에 인사 발표는 없다"며 틸러슨 장관이 계속 국무부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공식 입장'과는 달리, 물밑에선 권력 이양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게 미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이날 칼럼에서 한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폼페이오 국장이 조용히 국무장관 자리를 살피면서 국무부의 효율적인 운용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썼다.

또 국무장관을 폼페이오 국장으로 교체하고,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을 CIA 국장에 앉힌다는 계획이 실제 존재한다고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이 확인했다고 로긴은 밝혔다.

다만 이 계획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세운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는지는 확실치 않으며 그 시기 역시 불확실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연내에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들은 틸러슨 장관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르면 올 연말에 떠날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의 입지는 안팎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사권자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은 대북 정책 조율에 있어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틸러슨 장관이 지난 9월 중국 방문 당시 "2∼3개의 대북채널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에 "시간 낭비"라고 면박을 줬다.

지난 7월엔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비난했으며, 아프가니스탄 정책 등에 대한 이견으로 자진사퇴 직전까지 갔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보다 큰 저항은 국무부 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CEO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취임 초부터 국무부의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예산 삭감, 인력 감축, 조직 통폐합 등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유능한 직원들은 떠나고 주요 고위직은 공석으로 남아있는 등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많은 국무부 관계자들이 틸러슨 장관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로긴은 칼럼에서 전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폼페이오 신임 장관을 맞아 새 출발 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도 "폼페이오 국장의 당파적이고 강경한 성향, 외교 경험이 거의 없다는 약점 등에도 불구하고 국무부 내에서는 사기 저하가 심각한 탓에 '누가 와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오히려 폼페이오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매주 수차례 대면해 대북 동향 등을 보고하는 '친밀한 관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폼페이오 국장이 국무부 수장으로 오면 추락한 국무부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도 전현직 국무부 관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 전임자를 비롯해 존 매케인 의원 등 여야 의원들도 최근 언론 칼럼과 공개서한 등을 통해 국무부 구조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앤서니 블링컨도 이날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틸러슨은 국무부 '다운사이징'에 집착해 결과적으로 미국의 외교력을 축소시키고 있다"며 "백악관의 국무부 예산 30% 삭감 계획을 방어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틸러슨 장관의 교체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곧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에 더 깊이 개입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고용해 외교 정책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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