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극우세력, 난민 지원단체 모임에 난입해 장광설로 '눈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나치를 추종하는 이탈리아 극우 인종차별주의 단체가 난민 지원 단체의 회합에 난입, 난민들을 돕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장광설을 늘어놔 논란을 빚고 있다.
29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베네토 프론테 스킨헤드'라는 단체 회원 약 15명은 지난 27일 밤 스위스 접경 도시인 북부 코모에서 열린 난민 지원단체 '국경없는 코모'의 자원봉사 활동가들의 회의에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짧은 검정색 점퍼를 맞춰입은 이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은 회의를 중단시킨 채 자신들이 준비해 간 훈계조의 연설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민자들과 난민들이 이탈리아를 침략하고 있다"며 난민지원 활동가들은 이 침략자들을 도움으로써 이탈리아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들은 몇 분 간 장광설을 토해낸 뒤 별다른 충돌 없이 회의장을 떠났으나, 현장에 있던 한 난민 지원 활동가가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며 이들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번 일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제 침체와 난민 대량 유입 속에 네오 파시즘과 반(反)난민 정서가 점점 세력을 얻고 있는 이탈리아의 현재 상황을 반영하는 또 하나의 심각한 예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파시즘에 항거한 유격대원들로 구성된 단체 ANPI의 카를라 네스폴로 회장은 "네오 파시즘을 추종하는 단체가 인종차별적인 헛소리를 늘어놓기 위해 평화로운 회합을 중단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코모 경찰은 당시 회의장에 난입한 인종주의자 13명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이들은 폭력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예기치 않은 손님들로부터의 비난과 훈계를 감내한 '국경없는 코모'의 안나 마리아 프란체스카토 대변인은 지역 신문에 "그들은 우리를 위협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보내줬다. 우리는 활동을 계속 이어가며 파시즘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反)난민 성향의 극우정당 북부동맹(LN)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그들이 허락 없이 회의장에 들어간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정부의 잘못된 난민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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