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중국, 북한의 ICBM 완성도 지켜보기만 할 건가
(서울=연합뉴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도발을 끝내고 비핵화의 길로 돌아오도록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유엔에서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긴급 소집된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북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한 사실을 공개하고 중국 측에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과의 외교·교역 관계 단절과 북한의 유엔 투표권 제한 등도 촉구했다. 미국은 유엔 차원의 제재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대북 추가제재도 곧 내놓겠다고 했다. 북한의 이전 도발 때와는 다른 결의와 속도감이 느껴진다. 화성-15형이 사거리상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되면서 미국 입장에서도 대북 제재와 압박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서둘러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미국이 구상하는 새로운 대북 제재로는 해상봉쇄와 원유공급 중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미국 혼자서 실행하기 어렵고, 실효를 거두려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안보리 회의에서 나온 중국 측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쳐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우하이타오(吳海濤) 유엔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헤일리 대사가 "북한 핵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주동력은 원유"라며 압박하자, "대북 제재 결의가 적절한 수준의 인도주의적 활동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것으로, 미국의 추가제재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셈이다. 중국은 그러면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해 러시아와 공동보조를 취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전화통화까지 했지만, 중국의 기본 입장을 바꾸지는 못한 듯하다. 시 주석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던 쑹타오(宋濤) 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을 봐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도 중국만 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대북 제재와 압박에서 중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특히 북한이 원유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결단만 내린다면 당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3년 중국이 원유공급 파이프를 잠그자 사흘 만에 북한이 백기를 들고 협상 테이블로 나온 전례도 있다. 해상봉쇄도 마찬가지다. 동해는 한미일이 공동으로 봉쇄한다고 쳐도, 서해는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반쪽짜리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중국이 인식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순망치한'의 특수 관계를 유지해 온 북한이 붕괴하는 것보다 핵을 가졌더라도 존속하는 것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을 해왔다.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대북 제재와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는 미온적이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는 치졸할 정도의 경제 보복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막판까지 간 상황이라 이제는 중국도 동북아 안정이라는 큰 그림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북 제재와 압박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제재와 압박은 평화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다. 이 노력이 실패로 끝나면 남는 것은 군사적 옵션이 될 수 있다. 일본의 핵무장을 시작으로 동북아 국가들의 핵무장 도미노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휩싸이고 중국의 이익에도 절대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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