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내 이름으로 3번째 문학관, 관리 잘할 것"
'아리랑문학관' '태백산맥문학관' 이어 '가족문학관' 건립
(고흥=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이제 내 이름을 딴 문학관이 3개가 됐으니, 관리 의무를 충실히 하겠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 집필을 끝낸 뒤 매달 마지막주 이 세 문학관을 돌며 독자들과 자유롭게 만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조정래(74) 작가는 30일 전남 고흥군에서 열린 '조종현·조정래·김초혜 가족문학관'(이하 가족문학관) 개관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이날 문을 연 가족문학관은 2003년 전북 김제에 건립된 '조정래 아리랑문학관'과 2008년 전남 보성에 문을 연 '조정래 태백산맥문학관'에 이어 조정래 작가의 이름을 건 세 번째 문학관이다.
그는 이날 개관식에서 인사말을 하며 아내 김초혜 시인이 가족문학관 건립에 반대해 건립이 무산될 뻔한 과정을 전했다.
그는 "아버지를 기리는 문학관이 생기니 그보다 기쁜 게 어딨나 하고 황홀한 감동에 사로잡혀 있는데, 집사람(김초혜 시인)이 '아들 잘 둬서, 남편 잘 만나서 문학관 생긴다고 남들이 손가락질한다, 사람들이 당신을 문학관에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고 공격하더라.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에 고훙군수에게 보류하자고 편지를 썼다. 그런데 다른 형제들이 전화해 가족문학관을 언제 건립하느냐고 성화를 해대고 고흥군수가 군민들에게 한 약속도 있어서 다시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여러 문학관이 건립된 만큼,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이 끝나는 내후년부터는 문학관들을 돌며 독자들을 만나겠다. 온라인에 미리 알려서 나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이 자유롭게 만나 토론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나는 살아오면서 약속을 어긴 적이 없으므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근현대사 100년 동안 문학을 한 사람이 얼마나 많나. 지금 문학을 하는 사람들도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자기 이름의 문학관이 세워지는 것인데, 국가의 세금으로 만인이 볼 수 있는 문학의 집을 만들어 반영구적으로 보존하고 그 가치를 평가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세금이 헛되지 않도록 내 나머지 세월 동안 최선을 다해 글을 쓰는 것이 문학관에 대한 보답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선친인 시조시인이자 독립운동가 철운 조종현(1906∼1989) 선생의 이름을 딴 문학관이 건립된 데에는 격한 감격을 표현했다.
"저희 아버지는 일제시대 만해 한용운을 총재로 하는 '만당'이란 독립운동 비밀결사에서 자금책을 했고, 해방 후 순천 선암사에서 직접 선거로 주지가 됐는데, 절이 가진 농토를 소작인들에게 무상 분배해야 한다는 것과 불교는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 승려들은 철저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그러다 여순사건이 터진 뒤에는 빨갱이로 고발당하고 조사당하고 그런 팔자로 기구하게 살아왔는데, 이제야 그 업적이 정리되고 다시 살아난 것 같아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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