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랜드' 수사 돌고 돌아 '원점'…검찰 스스로 부실수사 인정
재수사 통해 수십 명 청탁자 확인…기존 수사 땐 '불상의 청탁자'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2012∼2013 강원랜드 교육생 부정 채용 비리 사건이 최흥집(67) 전 강원랜드 사장의 구속영장 청구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아울러 최 전 사장과 권모 전 인사팀장 2명만 업무방해로 기소한 기존 수사는 '부실·봐주기'라는 것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이로써 먼 길을 돌고 돌아온 검찰 수사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춘천지방검찰청은 30일 최 전 강원랜드 사장과 염동열 의원의 지역 보좌관 박모(45)씨를 업무방해와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각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전 사장은 2013년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과 모 국회의원 비서관 등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고서 청탁대상자가 합격할 수 있도록 면접점수 조작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최 전 사장의 구속영장에 드러난 직·간접 청탁자는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현직 국회의원 등의 줄소환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강원랜드가 자체 내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2월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가 발단됐다.
당시 선발 인원 518명 중 493명이 소위 '빽'이라는 청탁을 통해 선발됐고, 이 과정에서 면접점수 조작 등 부정 채용이 이뤄졌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후 1년 2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 결과는 초라했다.
청탁자는 검찰의 공소장에서 빠진 채 최 전 사장과 권모 전 인사팀장 등 2명만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검찰은 기존 수사를 통해 "현직 국회의원 등의 외압은 전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사실상 강원랜드 청탁 비리 사건의 핵심인 청탁자가 빠진 검찰 수사는 '부실·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일었다.
청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9월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국회의원이 부정 청탁을 했다는 의혹 제기와 함께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논란이 확산했다.
결국, 검찰은 최 전 사장 기소 후 5개월여만인 지난 9월부터 강원랜드 청탁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최 전 사장에게 채용을 청탁한 사람이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수십 명에 달하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청탁자들을 '불상의 청탁자'로 표기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기존 수사와 대조적인 결과이다.
이로써 최 전 사장의 사전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드러난 청탁자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탁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최 전 사장에게 청탁했는지와 이 과정에서 부정 청탁이나 금품 청탁이 있었는지를 추가 조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수사 당시 검찰은 청탁 의혹이 제기된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하지 않았고, 일부 비서관도 서면 조사에 그쳐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권 의원 전 비서관 김모씨 채용과 관련 감사원이 최 전 사장과 당시 인사담당자 A씨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최 전 사장 등은 강원랜드가 2013년 11월 29일 '워터 월드 수질·환경 분야 전문가 공개채용' 과정에서 실무 경력 5년 이상 지원 자격에 미달하는 김씨를 최종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필요하다면 소환 조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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