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92번째 생일…고향 옥천 하루종일 '시끌'(종합)
보수단체 생가 앞에서 태극기 집회…민간단체는 숭모제 지내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모친인 고 육영수(陸英修·1925∼1974) 여사의 92번째 생일인 29일 고향인 충북 옥천은 보수단체 집회 등으로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 육 여사 생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치보복 중단과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했다.
이 행사에는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 조원진 대한애국당 공동대표, 김학철(충주1·무소속) 충북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 의원은 "육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도와 우리나라를 10대 경제대국으로 만드신 영원한 국모"라며 "이 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너무나 부끄럽고 배은망덕한 일을 했고, 그것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머리를 들 수가 없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발언에 나선 조 대표는 "좌파정권 등살 때문에 옥천군이 육 여사 탄신제에 지원하던 700만원의 행사비 지원을 중단했다"며 "내년에는 우리가 직접 나서 이곳에서 국민 전체가 하나 되는 성대한 행사를 열자"고 제안했다.
유족 대표인 박 전 이사장은 "어머님께서는 맨 처음 정붙이고 살던 이 집을 무척 좋아하셨다"며 "오늘 반가운 손님들의 방문에 대해 환한 웃음으로 반기고 계실 것"이라고 인사했다.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관련해 "역사는 언제나 반복돼 왔고,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병을 치료하는 과정"이라고 말한 뒤 "형님(박 전 대통령)이 고난을 잘 버텨내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집회현장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의 생전 활동사진 등이 전시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이어 참석자들은 태극기를 앞세우고 옥천역까지 약 3㎞ 구간을 행진하며 '정치보복 중단', '박 전 대통령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오전 11시에는 육 여사 탄생 92주년을 기리는 숭모제가 옥천 관성회관에서 옥천문화원과 민족중흥회(박정희 기념사업 단체) 옥천지역회 주관으로 열렸다.
이 자리에도 육씨 종친과 친박(친박근혜)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인 경북 구미 등지에서 온 보수단체 회원들도 동석했다.
행사는 추모 제향에 이어 육 여사 약력 소개, 생전의 활동 영상물 시청, 헌화·분향 순으로 30여분 간 진행됐다.
옥천군은 2010년부터 이 행사에 7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속에 우상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원을 끊은 상태다.
진보단체 등에서는 역대 여러 명의 영부인이 있는데, 유독 육 여사에 대해서만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면서 업적을 미화한다고 반발해왔다.
옥천문화원 관계자는 "올해는 군비 지원 없이 재단법인 육영아카데미 후원금 200만원과 문화원 회비 100만원 등 순수 민간비용으로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옥천에서는 육여사 생일에 숭모제를 열고, 서거한 날(광복절)에 맞춰 추모제를 별도로 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상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보수단체 집회가 열린 생가는 육 여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조선 후기 지어진 99칸 전통 한옥인데, 낡아 허물어진 것을 옥천군이 2011년 37억5천만원을 들여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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