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시한 D-3 여야 평행선 대치…협상 진통 거듭(종합)

입력 2017-11-29 17:09
수정 2017-11-29 17:53
예산안 처리시한 D-3 여야 평행선 대치…협상 진통 거듭(종합)

공무원 증원·최저임금 간극…초고소득 증세 등 부수법도 '뇌관'

야3당 부결 거론 '벼랑 끝 전술'…정의장 12월2일 본회의 추가 소집

민주·국민, 호남고속철 예산 합의…여권 일각 '플랜B' 마련 주장도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서혜림 이슬기 기자 = 새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사흘 앞둔 29일 여야는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 대치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긴급 회동을 갖고 예산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전통으로 자리 잡은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거듭 당부하면서 내달 1일 예정된 본회의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토요일인 2일에도 본회의를 소집하겠다는 입장을 지도부에 전달했다.

국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일이 토요일이긴 하지만, 법정시한 내에서 최대한 합의할 시간을 벌고자 본회의를 한 번 더 열기로 한 것"이라며 "물론 1일까지 합의를 이뤄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이 채널과 별개로 정책위의장 회동을 열고 쟁점 예산 협상을 시도했지만, 공무원 증원 문제를 놓고 팽팽한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회의 자체가 사실상 무산됐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아동수당·기초연금 부분에서 여지를 준 만큼 공무원 증원·기초연금 인상 지원예산 등 핵심 쟁점에서도 유연한 협상을 해 전체를 일괄타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우선 아동수당 등 의견차가 적은 것부터 집중적으로 협상하자고 맞선 끝에 회동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위의장 회동 중단 여파로 오후 열릴 예정이던 여야의 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간 '2+2+2 회동'도 무산됐다.

다만 여야는 각 당 원내대표를 포함해 새롭게 3자 체제의 협의체를 구성, 쟁점 예산에 대한 일괄 협상을 시도하는 방안을 놓고 물밑 대화를 이어갔다.

국회 안팎에선 최대 걸림돌인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등 근본적 문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원내 지도부 차원의 정치적 타결 없이는 시한 내 예산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정 의장이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등을 포함한 25개 법안을 세입 부수법으로 지정한 것을 놓고도 한국당은 물론이고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수정안 발의 입장을 못 박고 있어 부수법안 처리 역시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가 극적인 합의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12월 1일 예산안과 부수법안이 자동 부의된 상황에서 법정시한을 넘겨 예산안이 지각 처리되거나 최악의 경우 표 대결로 예산안 처리가 부결돼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야 지도부는 예산 처리를 놓고 날선 대립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정국에서 민생 예산을 제때 처리하는 것이 최대의 안보라고 야당을 압박했고,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공무원 증원 등 핵심 쟁점에서 여당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반대하는 최저임금 보상, 공무원 충원, 아동수당 등은 오로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기 위한 필요 예산"이라며 "국회는 기본적 직무라 할 수 있는 예산안 심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내년도 예산안 협상과 관련, "정부와 여당이 극단적 좌파 포퓰리즘 예산과 무차별적 퍼주기 예산, 법인세 인상 등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정부·여당이 공무원 증원 문제를 고집하며 내년 예산안이 표류할 조짐"이라며 "무조건 공무원을 늘려달라는 것 대신 정부가 먼저 혁신의 성과를 내놓긴 바란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선 여소야대 지형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감안하면 호남 예산 등을 배려해 국민의당을 설득한 뒤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별도 정책협의회를 열고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노선이 무안공항을 경유해 전남 목포에 이르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이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교섭단체 간 원만한 예산 합의가 제일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플랜B'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을 포섭하는 게 무엇보다 관건"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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