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미사일 대응에 엇갈린 여론…"타격하자"vs"미끼물면 안돼"
보수 논객 "北은 대화의지 없어…미사일비행·핵실험 금지구역 설정해야"
"'근거없는 추정·희망적 사고' 실패 거듭하지 말아야"…신중론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9일 새벽 북한이 75일 만에 또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두고 미국 전문가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과 가능한 외교해법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을 사용해 북한 도발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북한의 '미끼'를 물어서는 안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시각이 팽팽히 맞선다.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 집합소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크 티센은 이날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북한은 결국 대화 의지가 없다는 게 명백하다"며 "실제로 북한 미사일 발사는 중국 시진핑 특사를 보낸 중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조시 W. 부시 전 미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의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했던 티센은 미국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을 응징하기 위해 시리아 군사기지를 타격했던 것처럼 북한 미사일 발사 시험장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을 탄도미사일 비행금지 구역과 핵실험 금지구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은 북한과 협상은 없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아무런 처벌 없이 계속 도발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을 멈추게 할 힘이 있으며, 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미 민간 연구기관인 랜드(RAND)코퍼레이션의 선임 정치학자인 마이클 마자르는 "미끼를 물지 마라"란 제목의 글을 CNN에 기고하고 좀 더 조심스러운 대응을 주문했다.
마자르는 과거 미국의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침공,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등의 사례를 '현대 외교정책의 실패'로 언급했다.
이어 이때 나타났던 '행동으로 옮길 필요성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추정'과 '영향 없이 작동하는 마법같은 계획'이라는 두 가지 오류가 북한을 다루는 미국 정책에서도 점점 명백하게 드러나고 지적했다.
우선 그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촉구하는 측의 증거가 빈약하다고 봤다.
실질적으로 북한은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제재를 받아왔고, 북한 지도부는 무엇보다 체제유지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마자르는 북한 핵무기를 '지정학적 자살 조끼'에 비유하며, 북한의 무모한 행동은 이러한 목표 달성에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 변화라는 장기 목표와 결합한 '억제'(deterrence)가 대안적 접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선제적 대응에 위험요소는 없다는 논리를 구사하지만, 실제 그 결과는 북한 군부의 반응이나 김정은의 감정상태 등 통제 불가능한 요소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이는 '전략'이라기보단 '추측'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마자르는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의 결과는 인명피해나 국제정치 면에서 훨씬 더 큰 재앙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는 베트남이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이전의 어느 외교실패보다도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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