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립초들, 1∼2학년에 불법 방과후 영어수업"

입력 2017-11-29 14:34
"서울 사립초들, 1∼2학년에 불법 방과후 영어수업"

교육단체 조사…최대 22시간 수업에 신입생 레벨테스트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 사립초등학교들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영어 레벨테스트'를 하거나 1∼2학년생을 방과후학교 영어수업에 의무적으로 참여시켜 공교육정상화법을 어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달 진행된 서울 사립초 13곳 입학설명회를 참관해 조사한 결과, 상명·성동·영훈초는 방과후학교 영어수업을 정규교육과정처럼 1∼2학년 전체가 참여하는 사실상 '의무수업'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사걱세가 제시한 영훈초 시간표를 보면 월·수·금 진행되는 '영어 방과후학교'와 화·목 '방과후학교'가 따로 표시됐다.

일반 '방과후학교' 설명에는 희망자만 참여한다는 점이 명기돼 있었지만 '영어 방과후학교'는 그렇지 않았다. 영훈초는 '영어 방과후학교'가 끝나는 시각이 하교시각이라며 셔틀버스도 이 시각에 맞춰 운행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영훈초는 1∼2학년 영어 방과후학교가 금지돼도 3학년부터는 '영어몰입교육'이 가능하니 안심하라는 문자를 학부모들에게 보낸 것으로도 파악됐다.

수학 수업 등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몰입교육은 학년과 상관없이 금지다.

상명초는 "영어 방과후학교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성동초는 "영어 방과후학교를 안 하고 3학년에 올라가면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입학설명회에서 영어 방과후학교를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수업처럼 묘사했다고 사걱세는 밝혔다.

특히 상명초는 영어 방과후학교 반을 정하기 위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원어민 인터뷰 방식 '영어 레벨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매원초도 신입생 평균수준을 파악하는 영어시험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학예정 학생 대상으로 입학 전 교육과정 범위·수준을 넘는 시험을 보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위반이다.

서울삼육초의 경우 1∼2학년생 전체를 대상으로 영어독서활동 등을 진행하는데 이 역시 공교육정상화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사걱세는 주장했다.

사걱세는 영훈·상명·서울삼육·한신초 등의 영어 방과후학교 수업시간이 일주일에 7시간을 넘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태강삼육초는 일주일에 최대 22시간 영어 방과후학교를 들을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초등 1∼2학년 정규교육과정에 영어수업을 넣는 것은 불법이다.

방과후학교를 통한 초등 1∼2학년 영어수업은 내년 2월 28일까지만 가능하다.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이 시행되면서 초등학교 1∼2학년 정규교육과정 영어수업은 즉시 금지됐고 방과후학교 영어수업은 3년간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방과후학교 영어강사들과 일부 학부모는 정규교육과정에 이어 방과후학교에서도 초등 1∼2학년 대상 영어수업이 완전히 사라지면 학부모들이 오히려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또 방과후학교 영어강사 대량실업도 우려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초등 1∼2학년 방과후학교 영어수업 유지를 촉구하는 글이 지난 16일 올라와 현재까지 9천2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와 달리 선행학습을 없애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공교육정상화법 취지에 맞춰 예정대로 초등 1∼2학년 방과후학교 영어수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