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축구협, 헤딩이 뇌건강에 미치는 영향 조사키로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축구 경기에서 헤딩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내년 1월부터 헤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8일 BBC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전 잉글랜드 대표팀 제프 애슬 선수의 사망이 FA가 조사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치매를 앓던 애슬은 2002년 5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치료를 맡았던 주치의 윌리 스튜워트 박사는 머리 부위의 외상이 사망원인이라고 진단했다.그는 애슬이 치매를 앓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현역 시절 헤딩을 많이 해 머리에 가해진 충격이 누적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스튜워트 박사는 머리를 경기에 이용하는 축구 규칙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헤딩의 영향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보고서에 명기했다.
애슬 선수의 유족들도 2015년 "헤딩과 뇌"에 관한 조사와 교육,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제프 애슬 재단(Jeff Astle Foundation)'을 세워 헤딩과 치매의 상관관계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를 요구했다.
재단 측은 FA의 이번 결정에 대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이 발표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직 분노를 느낀다. 우리 아버지가 사망한 지 16년이 지났으나 연구가 시작되는 건 2018년이다. 그동안에도 죽는 선수가 있을 것"이라라는 논평을 냈다.
치매를 앓은 애슬 선수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동안 무거운 가죽 볼로 경기를 했다. 볼이 머리와 뇌에 손상을 입혔다고 한다. 이후 FA와 잉글랜드프로축구협회(FPA)의 조사에서 기술적인 결함이 있는 사실이 밝혀져 가죽 볼 사용이 금지됐다.
빠른 속도로 강하게 날아오는 볼을 머리로 받아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 헤딩의 위험은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제기돼 왔다. 미국 축구협회는 2015년부터 10세 이하 유소년과 유소녀 리그에서 헤딩을 금지하는 자체 규정을 만들어 선수보호에 나서고 있다. 이 규정은 선수가 경기 도중 머리로 공을 건드리면 파울이 선언되고 상대 팀이 파울이 선언된 위치에서 간접 프리킥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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