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톡톡] 달동네 개미마을은 겨울나기 준비 중

입력 2019-02-01 09:51
[사진톡톡] 달동네 개미마을은 겨울나기 준비 중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더워도 할 수 없고…. 추워도 할 수 없고…."



홍제동 개미마을 팔순의 지응기 할머니는 하루 다섯 장의 연탄으로 겨울을 보냅니다. 이백 장의 연탄이 있습니다. 더 필요합니다. 후원이 있을 거라고 하니 기다립니다.

연탄이야 그렇게 기다리면 됩니다. 주인이 집을 내놓은 건 걱정입니다. 월세 15만 원짜리 집입니다. 새 주인이 나가라 하면 막막합니다. 여름에 고쳐준 지붕은 도움이 됐습니다. 천막이 펄럭이던 지붕입니다.



"화가 치밀어…."

답답한 마음을 할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들 둘을 먼저 보낸 것도, 영감이 십 년 전 떠난 것도 모두 답답합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동네 시장에 가면 마음이 좀 풀립니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자주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언덕에 계단에 외출이 만만치 않습니다.



"연탄하고 쌀만 있으면 됐지 뭐…."



이 마을에서 30년을 산 일흔다섯 김행삼 할아버지는 이렇게 겨울준비가 끝났습니다. 다른 주민들도 큰 욕심은 없습니다. 사실 오래된 집들입니다. 단열이 어렵습니다. 영하의 날씨에는 연탄의 온기가 턱없이 모자랍니다. 여름에는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살기 힘들지. 젊은 사람들이 없잖아. 애들도 없어."

마을 중턱 구멍가게 할머니가 말합니다. 44년을 이곳에서 장사했습니다. 이런 가게가 5개였던 시절도 있습니다.



"한 일주일 안 보이시는 분들이 계시면 동사무소 복지사에게 연락해요."

동네 초입 슈퍼 사장님의 말입니다. 다행히 아직 큰일은 없었습니다.

"엄마! 집에 계신 거야? 응...응...그러셔야지"



홍제3동 동사무소 복지사가 할머니와 통화합니다. 호칭이 친근합니다. 모두 엄마와 아버님입니다.

"아버님! 오셨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반갑게 할아버지를 맞습니다. 병원에 모시고 가는 날입니다.

복지사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분이 연락이 안 되면 무섭습니다. 대부분 '그냥 못 받았다'가 이유입니다. 최대한 매일 방문을 하려 노력합니다. 가끔 젊은 분들은 집에 오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면 동사무소로 오시라고 합니다. 평일에 일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주말에 동사무소에서 만납니다.

복지사가 근무하는 주민복지과는 늘 분주합니다. 오늘은 후원이 들어온 김치를 주민들에게 나눠줍니다.



달동네 개미마을은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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