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따라 춤추는 임대주택 정책…연속성 있을까
보금자리주택·뉴스테이 '전철' 밟을까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또 하나의 서민주택 청사진을 내놨다. 무주택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 노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100만가구 건설 계획이다.
역대 정권에서 임대주택을 포함한 서민주택 정책은 해당 정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뉴스테이'가 그것이다.
대선 공약에서 공적임대주택 17만호로 시작했던 문재인 정부의 서민주택 정책은 이번 주거복지로드맵을 거치며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 계획으로 불어났다.
임기 5년 내 공공임대 65만호를 짓고 공공지원주택 20만호, 공공분양 1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 가운데는 청년주택, 신혼부부 희망타운, 고령층을 위한 어르신 공공임대 등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권의 대표 주택 브랜드는 곧바로 폐기되면서 주택정책의 연속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반값아파트'를 앞세워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투입되는 예산만 1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신규 지구지정이 중단됐고 공급 물량도 대폭 축소됐다.
반값아파트로 인해 기존 주택과 민간 주택시장을 위축시킴과 동시에 대기수요때문에 전·월세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는 비난도 한 몫했다.
이명박 정권 임기 5년 내 32만가구를 공급(사업승인 기준)하기로 했던 단기 목표도 41% 선인 13만가구에 그친 채 보금자리주택은 브랜드마저 자취를 감췄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대학생·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과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공급을 핵심 주택정책 사업으로 내걸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 지구지정이 주민 반발에 부딪히며 삐걱대자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주도한 뉴스테이 공급 확대에 집착했다.
민간 공급물량 증가를 우려해 공공택지 개발을 중단하기로 해놓고, 뉴스테이 공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 그린벨트 지역에 '뉴스테이 촉진지구'를 지정하는 사실상의 택지개발까지 추진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뉴스테이 공급을 시작해 올해까지 3년간 15만가구에 대한 부지를 확보하고, 8만5천가구 영업인가, 4만가구 입주자 모집 등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더불어 뉴스테이는 부지확보 10만2천가구, 영업인가 4만9천가구, 입주자 모집 2만2천가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과도한 전셋값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의 주거안정 위해 도입한 뉴스테이는 현재 민간 기업 특혜 논란에 시달리며 수술대에 올라 있다.
정부는 현재 기업형 임대주택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했으며 뉴스테이라는 간판도 뗐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청년주택 30만가구가 포함된 100만가구 건설 계획을 들고 나왔다.
청년주택은 높은 청년 실업률 등 경제여건 악화로 주거비 감당이 어려운 청년에게 저렴한 소형 임대주택을 공급해주겠다며 도입됐다.
청년층의 주거복지를 지원하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의 관행으로 인해 이번 청년주택의 30만가구 공급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앞서고 있다.
셰어하우스, 소호형 주거클러스터, 산단형 주택 등 공급 방법이 생소해 제도가 정착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현실성이 높지 않은 공급 형태여서 5년내 '30만가구' 공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부지 확보나 예산문제가 걸림돌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 계획은 '님비 현상'에 부딪히며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박근혜 정부의 초기 행복주택 지구지정도 목동·잠실 등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지구지정이 해제되는 등 갈등을 야기했다
정부는 청년주택 공급 방식에 민간 기업이나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등 민간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민간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리 없다.
민간의 수익을 보장하다 보면 각종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하고, 결국 뉴스테이와 같은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년주택도 새 정부 주택정책의 마스코트로 강행이 되지만 보금자리주택이나 뉴스테이가 그랬듯 정권이 바뀌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시한부 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예상만큼 성과가 나지 않아 다급해진 정부가 목표달성에 집착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지 '연속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는 "신혼부부 주택 공급 물량 27만호와 청년주택 30만호를 합하면 100만호의 절반 이상이 젊은층에 복지가 편중되고, 중장년층 일반 가정에는 돌아오는 혜택은 없는 셈"이라며 "정부의 정책 의도는 좋지만 얼마나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연속성을 갖고 꾸준히 공급이 돼야 하는데 역대 임대주택 정책은 정권에 따라 춤을 추면서 그렇지 못했다"며 "서민 임대주택 정책만큼은 이념에 휘둘리거나 정권 홍보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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