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피해로 2주만에 수업 재개 포항 장성초…"불안감 안고 등교"
일부 학생은 학교 나오지 않아…학교 "결석 처리 하지 않겠다"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지진 때문에 왜 안 불안하겠어요? 그런데 집에 있으나 학교에 있으나 상황은 비슷하니까요. 그래서 등교하도록 했죠."
2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장성초등학교 인근에서 만난 한 학생 어머니는 자녀를 학교에 보낸 이유를 묻자 이같이 설명했다.
장성초등학교는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일어난 뒤 휴업하다가 이날 수업을 재개했다.
포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학사일정을 정상화한 학교다.
학생들은 평소와 비슷하게 장난을 치거나 친구와 재잘대며 밝은 표정으로 등교했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 손을 잡고 학교로 왔다.
교사 대여섯명은 교문 주변에 서서 "어서 오너라"라며 학생을 반겼다. 아는 학생이 오면 하이파이브로 손뼉을 마주치거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이 학교는 지진으로 건물 곳곳이 갈라지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외부 벽돌에 엑스(X)자로 금이 갔고 벽이나 천장에 콘크리트 조각과 마감재가 부서진 곳도 많다.
특히 본관 기둥 한 곳은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 철골 구조물이 일부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학교 측은 현재 건물 주변에 울타리와 비계를 설치해 안팎을 보수하고 있다. 또 12월 중순까지 정밀진단을 벌이기로 했다.
학교 측은 엑스자로 금이 간 벽돌을 떼어낸 결과 내벽에는 작은 금이 갔지만, 구조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중간 안전진단 결과 기둥에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와 지난 27일 학교운영위원에게 설명하고 이날 수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학부모나 학생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한 3학년 학생은 "지진 때문에 불안한데 어머니가 등교하라니까 나왔다"고 말했다.
한 1학년 학생 어머니는 "불안하나 학교를 믿고 보냈다"며 "이런 상황을 견디는 것도 아이에게 교육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녀를 데리고 학교에 온 어머니는 "맞벌이라서 아이를 어디 보낼 데가 없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는 학생을 보내지 않았다.
한 학생 어머니는 "오늘 애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는데 학부모들이나 아이를 통해 알아보니 한 반에 대여섯명이 등교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장성초등학교는 수업을 재개하되 학생이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등 이유로 출석하지 않으면 최대 한 달까지 결석으로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이 얼마나 등교했는지 파악하고 있는데 수업 시간 이후에도 등교하는 경우가 있어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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