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미대사관 앞 1인시위 막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

입력 2017-11-29 09:17
인권위 "미대사관 앞 1인시위 막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

"통행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장하라" 경찰에 권고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주한미국대사관 정문 앞의 1인시위를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이므로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장하라고 경찰에 권고했다.

29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하주희 변호사는 2016년 2월 16일 서울 종로구 미대사관 앞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위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려 했다.

하 변호사는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침해하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한 다음, 미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자 다가갔으나 경찰에 의해 밀려났다.



하 변호사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 조사가 시작되자 경찰은 "주변에 다른 변호사가 5명가량 있었다. 이들이 사진을 찍는 등 사실상 행동을 같이했기 때문에 1인시위를 빙자한 불법 집회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은 "외교공관 바로 앞에서 외교사절을 모욕할 위험이 있는 시위를 하는 것은 '빈 협약'에 어긋난다"면서 "다른 반미단체를 자극해 불법을 부추길 위험도 있어 제한할 수도 있었으나, 대사관 15m 바깥에서 시위를 계속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같은 단체 소속 회원들이 1인시위를 촬영했다고 해서 불법 집회라고 보기 어렵고, 당시 경찰권을 즉시 발동해 제지할 만큼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반하는 구체적 위법 행위가 있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경찰이 빈 협약에 따라 공관 품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시위를 제한했다고 하나, 진정인의 행동이 외교관 품위를 훼손했다는 근거는 없다"면서 "진정인은 미대사관 정문 앞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시위하고자 했으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경찰 주장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인권위는 "미대사관 인근 1인시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시위자뿐 아니라 경비 인력까지 배치돼 대사관 앞 인도에 통행이 방해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통행 방해가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1인시위를 최대한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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