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리에서 질병 진단까지…구글 AI 기술 '무한 확산'
시각인식·음성인식·자연어처리 등 기술 실생활에 적용
사생활 침해와 사회적 편견 강화 우려도
(도쿄=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최근 수년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여러 대기업이 인공지능(AI)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가장 앞선 업체는 구글이다.
특히 1990년대부터는 AI에 대한 접근 방식 중에서도, 일일이 코드로 명시하지 않은 동작을 컴퓨터가 데이터로부터 학습해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머신 러닝'이 각광을 받으면서 구글은 다른 기업들이나 연구기관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컴퓨터를 훈련하기 위한 온갖 종류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에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연구를 직접 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사진 정리, 음성인식, 질병 진단을 위한 사진 판독, 공장의 품질 관리, 멸종위기종의 서식 여부 파악 등이 그 예다.
구글의 AI 분야 최고 연구자(시니어 펠로)인 제프 딘 등 연구·개발자들은 28일 일본 도쿄의 구글 재팬 사무실에서 열린 'AI와 함께' 행사에서 구글의 AI 사업 전반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자 60여명에게 소개했다.
◇ 시각 인식 기술
최근 일상 생활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구글 기술은 넓게 보아 '시각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이나 그림 파일에 나타난 물체가 어떤 것인지 컴퓨터가 파악하는 기술이다.
'구글 포토' 서비스는 사진에 나타난 물체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사진을 찾아 주고 분류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가족의 이름을 입력하거나 '고양이'라고 입력하면 해당 사진을 찾아 준다.
주제별, 상황별로 사진을 모아 자동으로 앨범이나 동영상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구글이 설계한 '픽셀 폰'에는 카메라에 비친 물체의 원근을 파악해 중심이 되는 피사체가 어떤 것인지 알아내고 이를 부각해서 찍고 배경 부분은 흐릿하게 처리하는 기능도 있다.
최근 몇 년간 구글은 사진 판독을 통해 당뇨성 망막병증이나 유방암 등 일부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컴퓨터는 엄청난 분량의 사진을 매우 빠른 시간에 판독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흐릿하거나 크기가 작아 인간이 놓치기 쉬운 특이사항을 찾아내는 데도 능하다.
또 식품 공장에서 감자가 일정한 크기와 모양으로 썰려 있는지, 혹시나 색깔이 변하지는 않았는지 등 품질 관리를 하는데도 이런 기술이 쓰인다.
항공사진을 보고 멸종 위기 생물종이 서식하는지를 판단하는 프로젝트, 영화 화면을 분석해 남녀 차별과 성 편견을 감지하는 '지나 데이비스 포용 지수' 프로젝트 등도 구글이 지원한 시각인식 기술 응용의 예다.
◇ 음성인식·자연어처리 기술
기계가 사람의 목소리 등 소리를 듣고 이를 판별하는 '음성인식', 그리고 그 의미와 맥락까지 파악해 인간 언어로 답을 주는 '자연어처리' 기술도 우리 생활을 바꿔 놓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음성 입력은 이미 널리 쓰이고 있으며, '구글 홈' 등 가정용 스피커나 스마트폰을 통한 음성비서 서비스도 몇 년 전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구글 홈은 최대 6명의 목소리를 서로 구분할 수 있어, 집에서 여러 명이 함께 이용하는 데 편리하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아빠가 '오늘 내 일정이 어떻게 돼?'라고 물으면 일정을 보여 주고, 곧이어 딸이 '내 사진 TV에 띄워 줘'라고 하면 딸의 최근 사진이 TV에 나타나는 식이다.
'구글 번역'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글이나 표지판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읽어들여 이를 사용자가 아는 언어로 번역해 주는 '워드렌즈' 기능이 포함돼 있다.
◇ 패턴 인식과 상황 판단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과 웹 브라우저인 '크롬'에도 AI를 활용한 패턴 인식 기술이 포함돼 있다.
스팸 메일이나 악성코드가 숨겨진 웹사이트 등은 특이한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파악해 미리 알려 주고 차단한다. 또 필요한 경우 사용자의 습관이나 일정 등 상황을 파악해 자동 응답을 추천해 준다.
'구글 지도'에는 과거 특정 지역의 주차 상황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시간대에 어디에 가면 주차를 쉽게 할 수 있는지 판단해 알려 주는 기능도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음성인식 기술과 자연어처리 기술을 다른 정보와 결합해 사람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AI 비서다.
검색 등 사용자의 사용 습관과 최근 상황, 구글 지메일로 들어온 항공편 예약 정보, 날씨정보 사업자로부터 가져온 일기예보, 사진에 들어 있는 위치 정보와 피사체 정보 등을 종합해서 답하는 능력을 갖췄다.
구글은 이런 기술을 메신저에 적용한 '알로'를 작년 가을에 내놨다.
◇ 사생활 침해·편견 제거 등 난제
다만 데이터를 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센 점은 구글의 AI 사업이 지닌 그림자다.
구글은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모바일 분야에서도 최강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점 때문에 사생활 침해 우려도 더욱 크다.
AI 분야와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구글이 이용자 동의 없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개인 위치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점도 사생활 침해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인간 사회에 만연한 편견이 반영된 데이터가 AI에 영향을 미치는 점도 걱정거리다.
구글 포토의 경우 2015년 제품 출시 직후 초기에 흑인을 '고릴라'로 분류하는 오류가 지적돼 부랴부랴 수정된 적이 있다. 이는 초기 구글 포토 AI의 훈련에 흑인들의 사진 샘플이 많지 않아 AI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AI의 사용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므로, 사용자가 미처 깨닫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런 사회적 편견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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