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로 美 하와이주 핵공격 대피 훈련 주목
CNN·NYT 등 美언론 잇단 보도…ICBM급 가능성에 위기감 고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북한이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함에 따라 미국 하와이 주(州)가 다음달 1일 실시하는 핵공격 대피 훈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와이 주 정부 비상관리국(HEMA)은 이날 북한의 도발 이전에 이번 훈련을 준비했지만, 훈련 실행에 임박해 북한이 기존 미사일보다 고도가 훨씬 높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위기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하와이는 북한에서 7천200㎞ 떨어져 있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의 사거리는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ICBM급 미사일이라면 충분히 사거리 안에 놓일 수 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고도가 약 4천500㎞, 예상 비행거리가 약 960㎞로 분석된 가운데 미사일 비행거리가 고도의 2∼3배에 달하기 때문에 비행거리 1만㎞가 넘는 ICBM급 미사일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와이 주의 북한 핵·미사일 공격 대비 훈련은 전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이 보도한 데 이어 이날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시점에 맞물려 CNN과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훈련 준비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CNN은 하와이 주 정부 비상관리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현지시간으로 12월 1일 오전 11시 45분에 진행되는 핵 공격 대피 훈련은 50초간 기존 쓰나미·허리케인 경보와 같은 평온한 음조의 사이렌이 먼저 울리고, 10초간 간격을 둔 다음 다시 50초간은 음파가 흔들리는 듯한 공격 경보 사이렌을 울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하와이 주 관내 초·중·고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안내문을 돌렸다.
수업 도중 교실 문을 잠그고 냉방장치를 끈 다음 냉전 시대에 하던 방식인 '웅크리고 숨기'(duck and cover) 형태의 대피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하와이 주가 1980년대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핵 공격 대피 훈련을 실시한다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핵 공격의 가능성과 관계없이 이번 훈련에 대한 공감이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번 미야기 HEMA 국장은 앞서 ABC 방송에 "우리가 이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주민과 관광객들을 괜히 겁에 질리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의도는 (핵)무기가 호놀룰루나 가상의 목표물을 타격했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최선의 과학을 동원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HEMA는 "사이렌이 울리면 주민들이 실제로 핵 공격에 대비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딱 15분 남았다는 뜻"이라며 "당분간 매달 첫 업무일(1일 또는 1일이 휴일일 경우 그 다음 날)에 지속해서 그런 테스트가 실시된다"고 밝혔다.
비상관리국 측은 "사이렌이 울리면, 일단 실내로 들어가서 대피처에 머물며 라디오 방송 주파수를 맞춰달라"고 주문했다.
하와이 주 정부는 100킬로톤(kt)급 핵폭탄이 1천 피트(305m) 상공에서 터질 경우 반경 8마일(13㎞)에 있는 주민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며, 1만8천 명 이상의 사망자와 5만∼12만 명의 부상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