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가격 폭등에 업계 뿔났다…21개사 정부에 탄원
한전·LG화학·현대제철 등 환경부·기재부·산업부에 건의서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온실가스 배출권(탄소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발전·화학·철강·시멘트업종 21개 업체가 정부에 "시장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2015년부터 시행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권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부족할 경우 시장에서 사도록 한 제도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업계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은 시장에 내놓기를 꺼리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28일 21개 업계 대표 기업들의 건의문을 환경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에 각각 제출했다.
탄원서 성격인 이 건의문에는 한국전력, 남동발전, 중부발전, SK E&S 등 발전업체를 비롯해 현대제철, LG화학, 한화케미칼, 삼표시멘트, 현대시멘트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권시장 문제점 개선 건의'라는 제목의 공동건의문에서 "최근 한국거래소 배출권 가격은 t(톤)당 2만4천500원으로 본격적 거래가 시작된 작년 6월 말 가격 1만6천600원보다 47.6%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배출권 가격은 지난 24일에는 t당 2만8천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급등하고 있다.
발전·석유화학업계 등 배출권이 많이 부족한 기업들은 이를 시장에서 사들여야 한다.
그러나 배출권이 남는 업체들은 향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1차 배출권 할당 계획기간(2015~2017년)이 끝나는 해다 보니 배출권 품귀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업체들은 "2차 계획기간(2018~2020년) 기업별 배출권 할당이 당초 계획과 달리 6개월 늦어진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라며 "배출권 여유 기업들은 배출권 할당 불확실성, 규제 강화 및 가격 상승 예상 등을 이유로 판매하지 않고 자체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하반기 배출권 거래량이 300만t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공급 부족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올해 발전업종이 할당받은 탄소배출량만 2억2천587만t이라 현재 유통되는 배출권 물량은 수요에 턱없이 못미치는 상황인 셈이다.
배출권 가격 급등은 당장 기업 수익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를 시장에서 구매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배출권 부족기업이 물량을 구매하지 못할 경우 시장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며 "지금 같은 고가의 배출권은 기업의 당기 순이익에도 크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업체들은 정부가 보유한 배출권 예비분 1천430만t을 즉시 공급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배출권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배출권 시장은 근본적으로 정부에서 만든 인위적인 시장이고 국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 시장이므로 수급불균형이 발생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출권 부족 기업이 올해 배출권 시장평균 가격 2만1천36원의 3배를 과징금으로 낸다면 전체 과징금 규모는 최대 2조5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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