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끼얹은 北, 한반도 다시 시계제로…'강대강' 대치 우려
美, 안보리 제재 여의치 않으면 세컨더리보이콧 본격추진 가능성
평창서 국면전환 계기 만들려던 정부 구상 시련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이 29일 새벽 70여 일간의 '도발 침묵'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우선 이날 북한의 도발은 물밑에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던 관련국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을 하지 않는 동안 그것이 협상으로의 국면 전환을 위한 전략적 행보인지, 혹은 다음 단계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기술적 준비 차원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이번 도발은 후자 쪽의 관측이 옳았음에 무게를 실어줬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한 미사일 제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 본토를 핵미사일로 위협할 수 있는 역량 확보 과정의 일환이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만큼 미국의 강경한 대응이 예상된다.
중국 특사의 방북 직후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쓴 미국은 이번 발사를 계기로 제재·압박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이 유엔 안보리 소집을 즉각 요청한 가운데, 미국은 안보리에서 대북 유류 공급에 추가적인 제약을 가하는 등의 고강도 추가 제재 결의를 도출하려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러와의 이견으로 고강도 안보리 제재 도출이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 등 제3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 카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다뤄야 할 상황"이라며 "우리가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중·러와의 절충이 불가피한 안보리 제재에 연연하기보다는 독자 제재와 압박 쪽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특히 미국의 대북 무력시위 강도와 빈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잦아들었던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논의가 다시 미국 조야에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대북 제재 움직임에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로 맞설 가능성이 커 보여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확보할 때까지 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과 관련한 마지막 문턱을 넘기 위해 북한이 스퍼트를 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발사에 대해 "태평양상 실거리 발사를 위한 기술 확인 또는 사전점검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기술적인 문제만 완벽하다는 자신이 있다면 올해 내에 (추가적인) 발사를 하고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도발 중단 국면을 더 길게 유지하며 내년 2∼3월 평창 올림픽·패럴림픽을 국면 전환의 중대한 계기로 만들어 보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도 일단 시련에 봉착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시기를 저울질하며 최소한의 남북 대화채널 복원을 모색해온 정부의 노력은 당분간 힘을 받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의 향후 행보, 북미 간의 물밑 소통 결과에 따라 전격적인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북한이 일반의 생각보다 빨리 '핵개발 완성'을 선언하며 내년 일정 시점부터 평창올림픽 참가 발표, 대남 대화 제의 등 유화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더불어 미국 내에서 북한이 ICBM 기술을 완전하게 확보하기 전에 핵·미사일 실험 동결이라도 시켜야 한다는 '현실론'에 힘이 실릴 경우 이른바 '핵동결'을 1차적인 목표로 한 북미 대화 모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