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베테랑 누굴 내보내도 욕먹을 수밖에 없다"

입력 2017-11-28 21:34
류중일 감독 "베테랑 누굴 내보내도 욕먹을 수밖에 없다"

"베테랑 선수들 보류선수 제외, 양 단장과 함께 의논했다"

내년 시즌 전력 약화 우려에 대해 "내가 감수해야 할 부분"



(영종도=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류중일(54) LG 트윈스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을 사실상 내쫓다시피 한 '구조조정'에 대해 "신진급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고육지책이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양상문 신임 단장의 주도하에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 세대교체 작업에 대해서는 "양 단장님 오랫동안 의논하고 고민한 결과였다"며 책임을 나눠서 졌다.

류 감독이 28일 저녁 일본 고치에서 진행한 마무리 훈련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LG가 일본에서 류 감독의 지휘하에 착실하게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사이, 국내에서는 양 단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세대교체에 대한 불만이 팬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급기야 일부 팬들은 양 단장 퇴진을 요구하며 잠실구장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베테랑 정성훈(37)의 방출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LG 구단은 지난 22일 2차 드래프트에 앞서 정성훈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LG는 정성훈에게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된 사실을 알리고 다른 구단에 지명되지 않더라도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어 2차 드래프트에선 내야수 손주인(34), 외야수 이병규(34), 투수 유원상(31), 외야수 백창수(29) 등이 LG를 떠났다.

LG는 올해 리빌딩을 통해 기회를 부여받은 선수들의 기량이 정체됐다는 평가 속에 6위로 시즌을 마치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를 정도로 탄탄한 마운드에도 타선은 극도로 허약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타선에서 단비 같은 역할을 하던 베테랑 야수들을 줄줄이 내치자 팬들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다.

최근 자유계약선수(FA) 영입전에서도 밀리면서 팬들의 실망은 더 커졌다. LG가 영입을 위해 공을 들였던 외야수 손아섭은 롯데 자이언츠에 잔류했고, 내야수 황재균마저 kt wiz에 빼앗겼다.

이날 두산 베어스에서 FA로 풀린 민병헌까지 롯데로 이적하면서 LG는 이번 이적 시장에서 별다른 수확도 없이 철수할 판이다.

아직 외야수 대형 FA인 김현수가 남아 있지만, 손아섭에게도 과감하게 베팅하지 못했던 LG가 과연 그보다 더 높은 몸값이 확실시되는 김현수에게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을 표시하는 팬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류 감독이 귀국한 터라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관심이 쏠렸다.

류 감독은 먼저 베테랑 홀대 논란에 대해 "팬들은 나이 든 선수를 내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40인 보호 선수 명단을 작성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마무리 캠프 떠나기 전에 1차로 회의를 했고, 고치에서 양상문 단장과 코치진이 모여서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손주인에 대해서는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40번째가 되느냐 41번째가 되느냐 고민됐다. 나이가 있고, 내년에 FA가 되기에 안 데려갈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정성훈의 방출에 대해서는 "양 단장이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다. 서로 의논해서 결정한 일이다. 고민을 많이 했다. 아쉽지만 1루수 자원이 너무 많다"고 했다.

LG를 떠나게 된 베테랑 선수들을 한명 한명 거론한 류 감독은 "사실 누구를 내놔도 욕먹을 수밖에 없다. 아까운 선수들이지만 그 선수를 잡으면 신진급 선수를 뺏긴다. 그중에는 1∼2년 후에 스타급으로 발돋움할 젊은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을 뺏기는 것보다는 베테랑들을 제외하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그 선수들이 빠지고 팀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팬들이 많이 우려하고 걱정하는데, 내가 감수할 부분이다. 그 선수가 없으면 다른 선수를 키울 수 있다. 감독은 원래 머리가 아픈 자리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류 감독은 외부 FA 영입이 진척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내일(29일) 양 단장과 회의를 통해 현 상황을 확인하고 함께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류 감독은 "선수 영입이라는 게 마음대로 안 된다"며 "내일 양 단장님과 만나서 좋은 결정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류 감독은 마무리 훈련에 대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효과적으로 훈련했다. 다들 참 열심히 했다"며 모든 선수가 캠프 최우수선수(MVP)라고 치켜세웠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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