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산율 1861년 통일 후 최저치…경제 침체 직격탄
작년 출생아 수, 전년비 2.5%↓…8년 간 10만명 이상 급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의 연간 신생아 수가 또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1861년 통일 국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의 여파로 풀이된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은 지난 해 태어난 아기 수가 47만3천438명에 그쳤다고 28일 발표했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에 비해서도 2.5%에 해당하는 1만2천여 명 감소한 역대 최저치다.
이는 또 각각의 도시 국가가 난립하던 이탈리아가 통일돼 공화국이 된 이후 150여 년 만에 가장 적은 숫자이기도 하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도 전년의 1.39명에서 1.34명으로 하락했다.
통계청은 "신생아 수 감소는 이탈리아의 가임 여성이 점점 줄고 있는데다, 이들이 아기를 낳으려는 의향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특히 금융 위기가 시작된 시점인 2008년과 비교할 때 8년 만에 신생아 수가 10만 명 이상 감소했다고 지적하며, 경제 침체로 청년 실업률이 치솟으며 젊은이들이 혼인과 출산을 꺼리는 것이 출산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은 유럽 재정 위기 이후 고공행진을 하며 지난 6년 동안 40%에 육박,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스페인의 뒤를 잇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출산율 감소는 또한 부모 모두 이탈리아인인 경우 더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부부 모두 이탈리아인이 낳은 아기의 수는 37만3천75명으로 2008년에 비해 10만7천명이나 감소했다.
한편, 출생률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지자 이탈리아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저출산 타개를 위해 최근 18세 미만의 아동 1인당 매월 80유로(약 10만원)의 양육 수당 지급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작년 9월에는 보건부 주도로 '생식의 날'을 지정해 젊은 세대에게 아기를 낳을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으나, 성차별 논란과 생계 수단이 없어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청년실업자들을 모독한다는 비난으로 역풍을 맞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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