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40·50대 사망률 1위 간암…"선별검사가 답이다"

입력 2017-11-29 07:00
[명의에게 묻다] 40·50대 사망률 1위 간암…"선별검사가 답이다"

B·C형간염 있다면 정기검사 필수…"진단 땐 다학제 진료가 최선"

(서울=연합뉴스) 신동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회사원 김모(45)씨는 B형간염 바이러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평소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고 지내왔다. 그런데 지난해 회사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상승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근처 병원에 들러 추가로 한 혈액검사에서도 '종양표지자'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의견을 들었다. 혈액 내 간암과 관련된 호르몬이 증가한 것이다. 상급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은 김씨는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정밀검사 결과 그는 간의 아래쪽 '꼬리엽' 부위에 약 1.3㎝ 크기의 결절(혹)이 관측돼 간세포암으로 최종 진단됐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다. 이중 간암은 인구 10만 명당 21.5명꼴로 숨져, 모든 암을 통틀어 2위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특히 40∼50대 중년 연령대에서는 전체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했다.

이렇듯 간암은 대표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간암의 치료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간암 환자의 예후가 나쁜 원인 중 하나는 대부분에서 만성 간질환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간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간암 환자의 경우 암은 비교적 치료가 잘 돼도, 간 기능 악화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간암 치료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암은 암대로 잘 치료하면서, 동시에 간 기능을 최대한 잘 보존하는 데 있다.

과거에는 간 기능을 보존하기 어려웠으나, 최근에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 바이러스에 잘 듣는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간질환의 원인 치료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때문에 간기능을 보존하는 게 보다 용이해졌고, 이는 간암 치료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예로 복강경 간 절제술,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퓨전 영상을 이용한 국소소작술, 냉동치료법, 마이크로웨이브 치료, 비드색전술, 방사선색전술, 양성자 치료, 새로운 표적치료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치료방법들이 간암 치료에 속속 도입되면서 치료 성적을 높였을 뿐 아니라 삶의 질도 덩달아 개선됐다.

여러 치료법을 하나 또는 순차적으로, 혹은 동시에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병합치료도 임상에 도입돼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 덕분에 현재 조기에 간암을 진단한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90%를 넘어서는 등 간암 환자의 치료 성적은 과거에 견줘 월등히 향상됐다.

다만, 다양한 치료법의 도입만큼이나 중요한 게 각각의 간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아직 간암의 병기에 따른 표준치료법이 잘 정립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표준치료법의 적용 또한 힘들다는 점이다. 표준치료법이란 병의 진행 정도, 즉 병기에 따라 가장 먼저 권고되는 치료법을 말한다.

간암의 경우에는 병기뿐 아니라, 간암을 유발한 간 질환의 정도, 종양의 위치 및 특성, 치료법의 기대되는 효과 및 합병증, 간이식 가능 여부 외에도 치료에 드는 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같은 병기 내에서도 환자마다 가장 적합한 치료가 다를 수 있다.

더욱이 간암 치료에는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데,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시각차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간암 치료법을 선택하는 데 있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접근은 필수 과정이 됐다고 할만하다.





이는 축구로 예를 들면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를 모두 갖춘 팀이 성과를 내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로 치면 다양한 악기 연주자가 합주해야 하는 것처럼, 간암은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암교육센터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팀을 구축하고 다학제적인 접근을 할 때 최선의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고, 더 나은 치료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향후 간암 분야는 다학제적 접근 시스템을 어떻게 잘 구축하고 구현해 내는지가 치료의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단, 이에 따른 의료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가 필요한 대목이다.

다양한 전문분야의 의사가 한자리에 모여, 한 환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의하고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다학제적 접근 방식이다 보니 일반적인 진료보다 많은 의학적 자원이 필요하고, 환자 당 소요 시간도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학제적 접근이 간암 치료 분야에서 뿌리내리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아울러 간암의 치료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손꼽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조기 진단율에 있다.

여전히 많은 수의 환자가 증상이 생긴 다음에야 병원을 찾고 진행성 병기에 간암을 진단받는 실정이다. 증상이 생긴 후 진단된 간암 환자들의 경우 건강검진 또는 선별검사로 간암을 진단받은 환자들보다 매우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진행성 병기에서도 나름 간암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갈 길이 멀고도 험한 게 현실이다.

증상이 없을 때 정기적으로 암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선별검사라고 한다. 간암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간암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선별검사밖에 없다.

선별검사는 간암의 발병 위험이 큰 ▲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 C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 간경변증 환자가 대상이다.

만약 내가 선별검사의 대상이라면, 증상이 생기기 전에 정기적으로 선별검사를 받는 게 간암 진료분야에서 가장 시급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 신동현 교수는 2001년 단국대의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석, 박사를 마쳤다. 2012년부터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4년에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로 옮겼다. 신 교수는 간암, 간부전, 간이식 분야에서 진료 및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비대면 간암 다학제 진료에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 종양학과 교수들과 함께 '대면 다학제 간암 클리닉'을 통한 환자 진료에 힘쓰고 있다. 대면 다학제 간암 클리닉은 매주 수요일 및 금요일에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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