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최경환 의원 검찰 출석 결정, 늦었지만 당연하다

입력 2017-11-28 20:24
[연합시론] 최경환 의원 검찰 출석 결정, 늦었지만 당연하다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검찰소환에 불응했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다음 달 5일 검찰에 출석한다고 한다. 검찰이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재차 통보하자 최 의원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면서 국정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당초 28일 최 의원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으나, 최 의원은 전날 변호인을 통해 불출석 입장을 통보했다. 최 의원은 지난 24일 한국당 의원총회에 나가 검찰수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검찰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헌법상 불체포특권이 있는 최 의원이 계속 버티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만약 그랬다면 검찰은 국회에 체포동의안 처리를 요청하거나, 국회 회기가 끝난 뒤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최 의원이 검찰소환에 불응하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불체포특권에 숨을 것이 아니라 당당하다면 검찰소환에 즉각 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또 한국당이 특별활동비 국정조사 안과 특검법안을 발의한 것을 겨냥해 "검찰수사는 거부하면서 특활비 특검법안을 발의한 저의는 검찰수사 물타기용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국정원 특활비뿐 아니라 검찰과 법무부의 특활비를 포함해 김대중 정부 이후 정권의 특활비 문제를 전반적으로 조사하자면서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최 의원이 검찰소환에 응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하다. 최 의원이 내건 명분은 검찰수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공정한 수사가 담보되면 언제든지 가서 의혹을 풀겠지만, 공정하지 못한 수사에는 협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검찰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를 죽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면서 "(특활비) 특검법 발의 등 공정한 수사를 받을 제도적 장치를 당에서 마련해 달라"고 했다. 당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 셈이다. 최 의원이 검찰수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환에 불응한 것은 궁색했다. 검찰의 사정 칼날이 매섭다고 하지만, 범죄 혐의가 전혀 없는데 헌법 기관인 현역 의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특활비 문제에 떳떳하다면 검찰의 소환조사에 당당히 응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면 된다.

한국당도 당 차원에서 발의한 특수활동비 특검법안이 최 의원에 대한 '방탄 특검' 포석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 듯한 최 의원의 의원총회 발언이 그런 의혹을 자초했을 수 있다. 물론 정우택 원내대표는 28일 "최 의원이 검찰소환에 응하고 안 하고는 의원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국정원과 법무부·검찰 간 특활비 문제는 박근혜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형평성 차원에서 역대 정권을 상대로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방탄 특검' 운운은 지나친 억측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될지는 앞으로 한국당의 태도에 달렸다. 정 원내대표가 밝힌 '당과 무관' 입장에서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특활비 특검법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여론의 몰매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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