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수태능력, 35세가 분기점…저하·유지그룹으로 나뉜다
정자 양·운동량 정상이라도 정자력 저하되면 불임
정삭정맥류 치료 받으면 정자량 10배·운동률 20%↑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50, 60대 남성, 특히 영화배우나 스포츠맨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이 늦둥이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무용담이라도 되는 것처럼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탄다. 이런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면 남자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임신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난자가 노화한다는 이야기는 자주 듣지만 남자는 나이에 상관없다. 사정만 할 수 있으면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주위에서 흔히 듣는 이 말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틀린 말이다.
여성은 태어날 때 갖고 타고난 난자 수가 증가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하거나 수가 줄어든다. 이에 비해 남성의 정자는 매일 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단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어도 괜찮다는 건 틀린 관념이라는 게 밝혀졌다.
남성불임 전문가인 돗쿄(獨協)의과대학 사이타마(埼玉)의료센터의 오카다 히로시(岡田弘) 교수에 따르면 남자는 35세를 분기점으로 "정자력(精子力. 임신시킬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그룹과 떨어지지 않는 그룹"의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2그룹으로 분화한다는 사실은 자식이 있는 남성과 불임으로 고민하는 커플 남성 15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밝혀졌다. 조사 대상자 전원이 정자의 양과 운동량을 조사한 보통 정액검사에서는 "정상범위"로 판정됐다. 문제는 정자력이다.
정자는 난자를 수정시킨 후 수정란이 분할을 시작하도록 하는 스위치를 넣는 역할을 한다. 이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정자에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사람의 정자로 쥐의 난자를 수정시켜 조사했다. 쥐의 난자를 수정시키더라도 분할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쥐 인간이 태어나는 일은 없다.
조사결과에서 스위치를 넣는 힘이 높은 빨간 색 그래프가 자녀가 있는 남성이다. 불임커플의 남성 쪽은 35세 경부터 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검사에서 정자의 양과 운동량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어도 임신시키는 능력이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정자력이 저하하는 이유는 뭘까. 원인은 아직 연구 중이지만 오카다 교수는 정자를 만드는 세포의 노화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자력 검사를 받은 남성들에게서 "일반적인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불임의 원인이 아내에게 있다고 생각했다"거나 "아내에게 육체적 부담뿐만 아니라 마음의 부담까지 안겨준 셈이어서 미안하기 짝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불임 문제는 여성 쪽에 원인이 있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를 여성에게만 맡기는 남성도 적지 않다. 처음부터 남성 자신에게도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치료의 시작이다". 오카다 교수는 불임 치료에 관한 의식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HK에 따르면 외국의 연구에서는 나이가 들면 정액의 양과 정자의 운동률 등에도 노화현상이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남성이 30대 중반을 지나면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정자의 비율이 증가한다거나 파트너 여성을 임신시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 35세가 안 됐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금물이다. 젊고 자각증상이 없더라도 정자를 잘 만들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게 "정삭(精索)정맥류"로 불리는 병이다. 정소나 정소 주변 정맥에 혹이 생겨 혈액이 고여 정소의 온도가 올라가는 질환이다. 정소는 몸 밖에 있다. 체온보다 2도 정도 낮은 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정소의 온도가 올라가면 정자 수가 줄거나 운동률이 떨어져 정자의 DNA에 상처가 생기는 수도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정자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게 된다.
정삭정맥류에 걸렸던 32세의 남성은 25세 때 2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했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30이 넘어 남성불임 전문의를 찾은 끝에 정삭정맥류 진단을 받았다.
"통증 등의 자각증상이 없고 정소의 크기도 남과 비교해본 적이 없어 전혀 몰랐다"는 이 남성은 불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낙심했다. 정소수술에 저항감이 들어 1년 이상 고민하다 더이상 아내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없다고 생각해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정자 수가 수술전의 10배 정도로 늘고 운동률도 20% 높아져 반년 후 아내가 자연임신했다고 한다.
전문의인 요코하마(橫浜)시립대학 부속 시민종합의료센터의 유무라 야스시(湯村寧) 교수는 "정삭정맥류가 있어도 임신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행성 질환인 만큼 첫째 아이때는 자연 임신했더라도 둘째는 불임으로 고생하는 커플 중 약 70%의 남성에게서 정삭정맥류가 발견됐다는 외국의 연구도 여럿 있는 만큼 젊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며 젊은 시절 괜찮았다고 해서 나는 괜찮을 거라고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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