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1년…위상 어떻게 달라졌나

입력 2017-11-29 05:00
제주 해녀문화 유네스코 등재 1년…위상 어떻게 달라졌나

9월 셋째주 토요일 '해녀의 날' 지정, 고령 해녀에 수당 지급

유철인 교수 "신규해녀 육성 시급…마을별 해녀학교 형성돼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대한민국의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1년이 흘렀다.

제주인의 삶 속에 오롯이 전해 내려온 해녀의 위상은 등재를 전후해 얼마나 큰 변화를 겪었을까.





◇ 강인하고 독립적인 제주 여성성 상징

"됐다! 만세!"

지난해 11월 30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개최된 제11차 회의에서 제주 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확정된 순간 해녀 대표로 참석한 강애심(65·제주도해녀협회장)씨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이병현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문화재청 관계자 등 현장에 있던 모두가 환호했다.

오랜 세월 이어온 제주 해녀문화의 가치와 보전의 필요성을 세계인들로부터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해녀는 산소마스크 없이 깊게는 10여m씩 바닷속으로 들어가 물질하며 소라, 전복, 성게 등 해산물을 채집하는 여성공동체다.





하루 7시간, 1년에 90일 정도 물질을 하며 한 번 잠수할 때 대략 1∼2분간 숨을 참는다.

풍부한 해양 지식과 경험, 오랫동안 숨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은 해녀의 위계를 결정한다. 대상군 또는 상군(작업 수심 10∼20m), 중군(〃 5∼10m), 하군 또는 똥군( 〃 3∼5m) 등 세 단계의 위계질서로 나뉜다.

해녀의 잠수기술과 전통은 어머니에서 딸에게, 선배들에서 후배들에게 전승되며 명맥을 이어왔다. 지금은 해녀학교와 지역 어업조합, 박물관 등을 통해서도 전승과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는 이러한 공동체로서의 '물질' 행위와 바다로 나가기 전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잠수굿', 노동요인 '해녀노래' 등 해녀와 관련한 모든 문화행위를 총망라한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해녀문화를 제주지역의 여성성을 상징하고,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과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전문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해녀는 옛날 순종만을 강요당했던 여성상에서 벗어나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지역 여성의 여권신장에 기여했다.

또한 안전과 풍어를 위한 의식,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잠수기술과 책임감, 공동 작업을 통해 거둔 이익으로 사회적 응집력을 높이는 활동 등 모두가 무형유산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봤다.

어족자원 보존을 위해 해산물에 따라 금채(禁採·채취 금지) 기간을 정하고,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물질하며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한 오랜 전통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 귀하신 몸 해녀…신규해녀 늘려야

제주의 해녀문화는 여러 방면에서 보호하려는 노력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1971년 '해녀노래'가 제주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된 이후, 해녀와 어부들의 안전한 조업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주칠머리당 영등굿'이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1980년)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09년)에 연거푸 등재됐다. '제주 해녀의 물옷과 물질도구'가 제주도 민속문화재 제10호(2008년), '제주 해녀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2015년)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해녀는 그야말로 '귀하신 몸'이 됐다.



4월 100여개 어촌계 제주해녀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단법인 제주특별자치도 해녀협회가 창립했다.

5월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된 데 이어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어업유산 등재도 새롭게 추진되고 있다.

이달 초에는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을 '제주 해녀의 날'로 지정하고, 해녀축제를 이때 맞춰 열기로 했다.

5월에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해녀어업 보존 및 육성에 관한 조례'에 따라 9월부터 70세 이상 2천290여명의 고령 해녀에게 매달 20만원 이내의 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신규 해녀에 대해 나이와 조업형태, 활동기간 등을 고려해 월 50만원 이내의 정착지원금을 지원한다.

앞서 '해녀 진료비 지원 조례'(2006년 11월),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에 관한 조례'(2009년 11월), '해녀문화산업 진흥 조례'(2012년 7월) 등이 제정된 바 있다.

도는 해녀문화에 관한 정책을 전담할 조직인 '해녀문화유산과'를 신설했다. 지난달에는 제주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해녀문화를 보전하고 전승하기 위한 2차 5개년(2017∼2022년) 기본계획을 세웠다.

기존 1차 5개년 계획(2012∼2016년)이 해녀문화의 보전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차 기본계획은 등재 이후 해녀문화의 가치와 국내외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이 기간 1천220여억원을 들여 전국에 흩어져 있는 해녀들과의 연결망을 구축하고, 일본 '아마'(海女)와의 교류, 사라져 가는 해녀문화 복원, 제주해녀 문화체험마을 조성, 해녀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실질적 소득보전 대책 마련 등 8개 분야 69개 사업이 추진된다.

유철인 제주대 교수는 "해녀문화의 가장 큰 가치는 공동체 정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이라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로 인해 그 가치를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해녀문화 보존과 세계화를 위한 많은 과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신규해녀 육성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오늘날 젊은 사람들이 해녀로 일하며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2곳에 불과한 해녀학교가 앞으로는 마을별로 형성돼 '불턱 해녀학교'란 이름으로 해당 어촌계에서 물질을 배워 그곳에서 해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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