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만의 '티라노' 홈런, 고척돔에서도 터질까
2015년 넥센 떠난 박병호, 고척돔과는 '낯선 사이'
2012∼2015년 홈런 평균 비거리 121.7m로 1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타자가 가장 까다로워하는 몸쪽 공이 깊숙한 곳으로 찔러 들어온다.
박병호(31·넥센 히어로즈)는 양팔을 몸통에 거의 붙인 채 허리의 힘으로 공을 퍼 올린다. 보통 타자라면 파울로 걷어내는 게 고작이지만, 힘이 장사인 그는 담장 너머로 공을 곧잘 넘겼다.
팔을 몸통으로 붙인 모습이 마치 팔이 짧은 티라노사우루스와 닮았다고 해 '티라노'라는 별명이 붙은 이 스윙은 박병호를 상징하는 전매특허와도 같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며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내년 시즌 넥센에 복귀한다.
3년 만에 KBO리그에서 뛸 박병호가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에서도 특유의 '티라노 타법'을 앞세워 홈런 사냥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넥센은 창단 때인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목동구장을 쓰다가 2016년부터 고척돔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래서 박병호에게 고척돔은 낯선 곳이다.
고척돔 완공 직후인 2015년 11월 쿠바와 2차례 평가전에 출전한 게 전부다. 당시 박병호는 7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돔구장 경험도 많지 않다. 국제대회에서는 프리미어 12에서 삿포로돔과 도쿄돔을 경험했다. 당시 박병호는 삿포로돔에서 타율 0.500(4타수 2안타), 도쿄돔에서 타율 0.250(12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을 올렸다.
박병호는 미국에서도 돔구장 경험이 적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구장인 미닛메이드 파크에서 3경기 타율 0.400(10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을 올린 게 전부다.
KBO리그 통산 210홈런을 때린 박병호가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곳은 목동구장이다. 103개의 홈런으로 전체 홈런의 49%가 목동에서 터졌다.
목동구장은 좌우 펜스 98m, 중앙 펜스 118m, 높이 2m로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이었다.
그러나 고척돔은 다르다. 좌우 펜스 100m, 중앙 펜스 122m, 높이 4m로 목동구장보다 홈런을 때리기 어려운 구장이다.
홈런에 관한 파크 팩터 지수를 확인하면 목동구장과 고척돔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기록 전문사이트 스태티즈에 따르면, 목동구장의 홈런 파크 팩터는 2014년 1천149로 리그 1위, 2015년 1천78로 리그 3위였다.
고척돔은 2016년 940으로 평균 이하였고, 올해는 813으로 잠실구장(766)에 이어 두 번째로 홈런이 덜 나오는 구장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박병호가 기량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내년 시즌 홈런이 급감할 거라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박병호는 자신의 전성기였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홈런 173개를 집중해 전체 커리어 홈런의 82.4%를 때렸다.
KBO리그 공식 기록 기준으로 이 기간 박병호 홈런 비거리 평균은 121.7m로 1위다.
박병호의 홈런은 대부분 맞는 순간 넘어가는 걸 직감할 정도이며, 어느 구장이나 홈런이 됐을 정도로 멀리 날아가는 게 특징이다.
야구계에서 박병호가 내년 시즌 최정(30·SK 와이번스)과 홈런왕 경쟁을 벌일 거라고 장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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