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독일과 축구경기서 티베트독립 깃발 나오자 시합 취소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독일과 치르던 친선 축구경기에서 티베트 독립 깃발이 등장한 것에 대한 반발로 잔여 경기를 취소했다.
중국과 독일 축구협회는 협의 끝에 최근 중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남은 세 경기를 취소하거나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대만 상보(上報)가 27일 보도했다.
내년 3월까지 16차례의 친선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던 중국 U-20 대표팀의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 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중국 U-20 대표팀과 독일 축구팀 TSV 쇼트 마인츠 간의 친선경기에서 전반전이 끝날 즈음 400여명의 관중석에서 돌연 티베트 독립을 상징하는 '설산사자기'가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중국 대표팀은 시합을 거부하며 25분간 구장을 벗어났다가 관중들이 깃발을 거둬들인 뒤 되돌아와 경기를 속개했다. 중국은 독일팀에 3대 0으로 패했다.
독일은 티베트 독립운동이 활발한 해외 지역중 하나다. 이날 깃발을 든 6명의 인사는 독일 최대의 티베트독립 단체인 '독일 티베트 이니셔티브' 소속의 독일인 2명과 티베트인 4명으로 밝혀졌다.
중국 측은 경기후 독일 측에 항의의 뜻을 전하며 잔여 경기를 일단 치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 사태로 중국과 독일 양측은 '표현의 자유'와 '스포츠 정치 불개입' 논쟁이 불붙었다.
독일축구협회 로니 짐머만 부회장은 시합 연기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우리는 이런 항의 활동을 금지할 수 없다. 독일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상관 규정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는 경기 주최국으로서 이번 일(티베트기 등장)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면서 "양국 축구협회가 앞으로 계속 협의를 거쳐 남은 경기를 재개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축구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비(非) 스포츠적 요소의 개입을 받게 된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경기를 내년까지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 스포츠적 요소는 양국 우호발전의 원칙에 부합되지 않고 국제축구연맹(FIFA) 상관규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어떤 국가, 개인이라도 분열, 반(反) 중국, 테러주의 활동을 지지하는 것에 반대한다. 티베트 독립운동의 추진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일이 불거진 뒤에 중국팀과 경기를 할 나머지 3개 팀은 출전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축구협회 라인하르트 그린델 회장도 "중국이 민주적 항의 활동을 수용해야 한다"면서 경기장내에서 벌인 시위 인사들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나서기도 했다.
FSV 프랑크푸르트 축구클럽 회장 미카엘 괴르너도 독일의 민주 토대를 강조하며 "표현의 자유 문제에서는 우리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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