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물동량 2천만 시대] ① 한진해운 공백 딛고 '메가포트'

입력 2017-12-24 07:04
[부산항 물동량 2천만 시대] ① 한진해운 공백 딛고 '메가포트'

첫 컨테이너 부두 개장 이후 39년 만에 물동량 40배로 성장

2030년 3천만개, 2050년 4천만개 달성 위한 전략 마련 돌입

[※편집자 주 = 올해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처음으로 2천만개(20피트 기준)를 넘어섭니다. 1978년 우리나라 최초의 컨테이너선 전용부두가 문을 연 지 39년 만에 이룬 성과입니다. 물동량 2천만개는 부산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항만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치우친 탓에 내실은 떨어져 부가가치가 외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고 관련 업종들도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해 위기로 내몰리는 등 그늘도 커지고 있습니다. 물동량 2천만개 시대를 맞은 부산항의 성장 과정, 현 주소,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보는 기사 3건을 송고합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365일 24시간 쉬지 않는 부산항은 우리나라 컨테이너 화물의 75%(수출입 64%, 환적 95%)를 처리하는 물류 대동맥이다.

물동량 기준 세계 6위의 항만이자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세계 3위의 환적 거점항이다.



올해 처음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2천만개를 넘어섬으로써 초대형 항만을 의미하는 '메가포트'에 진입한다.

1978년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부두인 부산 북항의 자성대부두가 개장한 지 39년 만이다.

세계적으로는 홍콩,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선전·닝보저우산에 이어 6번째로 2천만개 시대를 열었다.

자성대부두가 개장한 1978년 부산항 전체 물동량은 50만6천500여개에 불과했지만 5년 만인 1984년에 100만개를 넘어섰다.



1997년 500만개, 2003년에 1천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2011년에는 1천500만개 고지에 올랐고, 올해 2천만개 시대를 열었다.

세계 금융위기로 2009년에 11%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연평균 10%가량 성장했다.

2015년에 1천947만여개를 처리했고 지난해 2천만개 달성을 기대하다가 최대 국적선사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돌발 악재로 실패했지만 올해 그 후유증을 잘 극복했다.

다른 국적선사들이 한진해운의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준데다 외국 선사들의 환적물량도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애초 우려를 불식하고 증가했다.

부산항의 물동량은 39년 만에 40배로 늘었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한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과 국적선사들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

올해 부산항을 거쳐 간 수출입 컨테이너는 1천만개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물동량만 하더라도 세계 15위권에 든다.

부산항은 아시아와 미주, 유럽을 연결하는 간선항로의 길목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 덕분에 세계 500여개 항만을 잇는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글로벌 대형선사들이 빠짐없이 기항하며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는 물론 남미, 아프리카를 오가는 환적화물을 처리한다.

2006년에 처음 문을 연 신항은 부산항이 세계적인 수준의 항만으로 발전하는 디딤돌이 됐다.

2012년까지 최신 하역장비를 갖춘 5개 터미널의 21개 선석이 차례로 운영을 시작했다.

신항은 북항보다 한층 깊은 수심과 넓은 장치장을 확보해 20만t급 초대형 선박들도 아무런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자성대부두를 시작으로 1990년대 후반까지 북항에 건설된 우암부두, 감만부두, 신선대부두, 신감만부두 등은 2005년까지 1천100만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처리했다.

하지만 도심과 인접한 북항의 여건상 충분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선박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체선현상이 심했고 장치장 부족으로 많은 컨테이너를 부두밖에 쌓아두어야 하는 등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한계를 안고 있었다.



국내외 대형선사들이 차례로 신항으로 옮겨가면서 부산항의 무게 중심은 점차 신항으로 기울었다.

2012년에 신항(944만2천개)은 북항(760만개)을 추월했고 현재는 부산항 전체 물량의 3분의 2를 담당한다.

해양수산부는 북항의 부두들을 점진적으로 폐쇄해 친수·관광·문화·첨단산업 공간으로 재개발하고 컨테이너 처리 기능을 신항으로 단일화할 방침이다.

신항에는 대형선박 6척과 소형선박 2척을 수용하는 2곳의 터미널이 건설 중이다. 2021년까지 준공될 예정이다.

연간 500만개 정도 컨테이너 처리 능력이 늘어나게 된다.

해수부는 장래 물동량 추세를 봐서 컨테이너 부두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부산항만공사는 내년 물동량 목표를 올해 실적(2천50만개)보다 90만개 많은 2천140만개로 잡았다.

지속적인 시설 확충과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2023년까지 2천500만개, 2030년까지 3천만개를 달성한다는 장기전략도 세우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급속한 선박 초대형화에 대응해 부산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메가포트 육성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 컨테이너 2만5천개를 한꺼번에 싣는 선박이 등장해도 차질없이 하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부두 시설을 늘리고 환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메가포트 육성전략 용역을 맡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중간보고에서 부산항의 물동량은 2040년에 3천500만개, 2050년에 4천만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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