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와인스틴 성추문' 후폭풍…유명 방송인 도마에

입력 2017-11-27 11:46
호주에 '와인스틴 성추문' 후폭풍…유명 방송인 도마에

전설적 진행자·국민훈장 수상 돈 버크 "낭설" 강력 부인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미국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의 성 추문 폭로가 호주에서 여진을 불러오고 있다.

전설적인 TV 진행자가 과거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동료를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 약자 괴롭히기 등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호주 공영 ABC 방송과 주요 미디어그룹인 페어팩스는 27일 공동 탐사보도를 통해 채널9 방송사의 유명 진행자였던 돈 버크(70)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에 동료 제작진 등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성희롱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버크는 TV 진행자 겸 프로듀서, 원예가로 널리 알려졌으며, 특히 그가 진행을 맡은 '버크의 뒤뜰'(Burke's Backyard)은 1987년부터 2004년까지 17년간 계속된 장수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이처럼 다양한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호주 정부가 주는 최고 영예의 국민훈장(Medal of the Order of Australia)을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취재팀은 50명 이상의 여성을 상대로 인터뷰가 진행됐으며, 피해 여성들은 버크를 "사이코 악한" 또는 "성적 약탈자"로 칭했다.

프로그램 조사원으로 일한 여성 2명은 버크가 자신들의 가슴을 더듬었다고 말했으며, 한 배우는 버크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가슴을 드러내고 오디션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80년대 조사원으로 일한 루이스 랭던은 버크가 상의를 벗기려고 시도하거나 포르노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그의 행동은 갈수록 심해져 회사에 신고하기도 했으나 별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프로듀서로 7년 동안 함께 일한 브리짓 니네스도 버크로부터 성추행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외설적이고 노골적이어서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방송국 경영진들도 성추행 논란으로 버크가 골칫거리였다고 털어놓았다.

채널9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샘 차즘은 "돈 버크는 그의 행동 탓에 안팎으로 망신거리였다"며 "이로 말미암아 최고 스타가 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차즘의 후임자인 데이비스 레키도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추문이 불거진 이후 유사한 행동을 한 유일한 사람으로 버크를 꼽으며 "정말 끔찍하고 추잡한 사람이었다"라고 전했다.

ABC 방송과 페어팩스 측은 성 추문과 관련해 취재를 계속하고 있고 485건의 피해신고를 통해 약 65명의 가해자를 추려놓았다며 추가 보도를 예고했다.

그러나 버크는 "평생을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반대해왔다"며 낭설이라고 일축하고 저명한 명예훼손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대응에 나섰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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