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어서 와! 동계올림픽은 처음이지?…'평창에서 쿨러닝'

입력 2017-11-28 06:22
수정 2017-11-28 12:06
[2018 평창] 어서 와! 동계올림픽은 처음이지?…'평창에서 쿨러닝'

겨울 없는 싱가포르·나이지리아·에리트레아 등 첫 출전권 획득

'전이경 코치' 싱가포르는 쇼트트랙 통해 동계올림픽 데뷔전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도 '쿨러닝 시즌2'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스포츠 팬이라면 동계올림픽을 떠올리면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쿨러닝'(1993년 개봉)을 기억하는 이가 많다. 연평균 기온이 26~28도인 카리브 해의 '여름 나라'에서 눈을 접해보지도 못한 선수들이 펼친 겨울 도전기가 '올림픽 정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이때부터 '여름 나라'들의 동계올림픽 도전에는 항상 '쿨러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개막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지구촌 겨울 스포츠 축제'에 처음 참가하는 나라들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참가국은 역시 1988년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기적의 후속편인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이다.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은 지난 17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IBSF(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북아메리카컵 대회에 참가해 1·2차 시기 합계 13위를 차지하면서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여자 봅슬레이에서는 최근 3년 동안 5번의 국제대회를 완주하면 올림픽 출전권을 준다.

이를 통해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은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육상선수 출신으로 파일럿(조종사)을 맡은 세운 아디군은 육상 동료였던 은고지 오누메레와 아쿠오마 오메오가를 설득해 '낯선' 봅슬레이에 도전했고, 1년여의 도전 끝에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품에 안았다.

나이지리아 봅슬레이팀은 장비 구입은 물론 대회 출전 경비 마련을 위해 인터넷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고 기적을 일궈냈다.

아디군은 "나이지리아 스포츠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아프리카를 대표해 동계올림픽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 봅슬레이 대표팀만큼이나 멋진 박수를 받는 또 다른 참가국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지난 24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발표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 국가별 출전권 배분표에서 여자 1,500m 종목에 1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싱가포르는 1960년 로마 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았고,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2016년 리우 대회까지 총 4차례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모두 '여름 대회'였다.

하지만 여름밖에 없는 동남아의 기후 특성상 겨울 올림픽은 '남의 잔치'였다. 그런 싱가포르에서 올해 18살인 샤에엔 고가 기적처럼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출전권을 땄다.

샤에엔 고는 지난 9일 치러진 2017-2018 ISU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1,500m 예선 7조에서 2위를 차지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예선에서 선수들이 뒤엉켜 넘어지는 행운(?) 속에 준결승까지 올라 랭킹포인트 144점을 따낸 샤이엔 고는 1~4차 대회까지 총 146점을 확보, 36명에게 주는 1,500m 출전권을 얻었다.

싱가포르의 동계올림픽 출전 기적을 일군 지도자는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레전드 전이경(41)이다.

2년 전부터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끄는 전이경 코치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평창올림픽을 찾게 됐다.

전 코치는 "싱가포르에는 실내빙상장이 1곳밖에 없다. 아이스하키, 피겨, 컬링, 쇼트트랙까지 모두 한곳에서 훈련하는 열악한 환경"이라며 "훈련도 일주일에 두 차례 2시간씩밖에 못해 대부분 지상훈련으로 대체한다. 정말 행운이 따른 올림픽 출전권"이라고 말했다.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의 소국 에리트레아도 평창이 동계올림픽 데뷔전이다.

연평균 기온이 31도에 달하는 만큼 '겨울 스포츠'는 그동안 에리트레아와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남자 알파인스키의 섀넌-오그바니 아베다(21)를 통해 동계올림픽과 처음 입맞춤하게 됐다.

에리트레아는 지난 7월 국제스키연맹(FIS)이 발표한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출전권 배분표에서 아베다가 남자부 티켓 1장을 획득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아베다는 2012년 유스올림픽에도 참가했고, 이를 발판 삼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도전했지만, 랭킹포인트 3.5점 차로 아쉬움을 삼켰다.

평창 올림픽을 목표로 훈련에 집중한 아베다는 마침내 '관문'을 통과해 에리트레아 최초로 동계올림픽 무대에 서는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역시 겨울과 거리가 먼 말레이시아도 알파인스키의 제프리 웹(19)과 피겨 남자 싱글의 줄리안 지제 이(20)가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겨울 잔치' 데뷔전을 치른다.

웹은 지난 7월 평창 올림픽 출전 '합격통지'를 받았고, 이가 지난 9월 네벨혼 트로피를 통해 웹의 뒤를 이었다. 말레이시아는 역대 첫 동계올림픽에 2명의 선수를 출전시키는 기쁨을 만끽했다.

이밖에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해서 2016년 리우 올림픽을 통해 처음 자국 깃발을 들고 올림픽 무대에 출전한 코소보는 알파인스키의 벤스니크 소콜리(35)를 통해 동계올림픽에 처음 나선다.

3살부터 스키를 시작해 재능을 보였던 소콜리는 내전을 피해 미국으로 떠났고, 브루클린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면서 코소보 1호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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