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화산분화로 항공편 잇따라 결항…수천명 관광객 발묶여(종합2보)

입력 2017-11-26 19:21
수정 2017-11-26 19:22
발리 화산분화로 항공편 잇따라 결항…수천명 관광객 발묶여(종합2보)

연기 4천m 치솟아…최고단계 '적색' 항공경보 발령

인근 롬복 공항도 폐쇄 우려…韓대사관 "여행객 조기 귀국 바람직"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세계적 관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이 재차 분화하면서 인근 상공의 항공운항 경보 단계가 최고 단계인 '적색'으로 상향됐다.

26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0분(현지시간) 아궁 화산이 분화해 분화구 상공 4천m까지 화산재를 뿜어올렸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 대변인은 "이날 아침에만 세차례의 분화가 있었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각각 3천m와 2천m까지 연기기둥이 솟았다"고 말했다.

화산재는 현재 바람을 따라 롬복 섬과 플로레스 제도가 있는 동남동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수토포 대변인은 전했다.

아궁 화산은 전날 오후 5시께에도 분화해 분화구 위 700m까지 화산재와 수증기를 뿜어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는 아궁 화산 인근 상공의 항공운항 경보 단계를 '주황색'에서 최고 단계인 '적색'으로 한 단계 격상했다.

적색경보는 화산재를 동반한 분출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거나 진행 중일 때 내려진다.

PVMBG 당국자는 "이전까지와 달리 25∼26일 발생한 분화는 마그마 분출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후 대규모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5일 밤 촬영된 아궁 화산의 사진은 정상 분화구에서 마그마 분출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붉은 빛이 새어나오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는 전체 4단계 중 3단계인 '심각'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분화구에서 남서쪽으로 58㎞ 가량 떨어져 있는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도 풍향 덕분에 화산재의 영향을 받지 않아 정상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항공사들은 발리를 드나드는 항공편을 자체적으로 취소 또는 연기했고, 이로 인해 수천명의 관광객이 응우라라이 공항에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아시아와 버진 항공은 26일 오후로 예정돼 있던 발리 이착륙 항공편을 전부 취소했다.

전날 저녁 9편의 항공편을 취소했던 젯스타는 26일 정상 운항을 재개했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든 항공기가 결항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특히 에어아시아와 인도네시아 국적항공사인 가루다 항공은 아궁 화산에서 동남동쪽으로 약 100㎞ 떨어져 있는 롬복 국제공항을 드나드는 항공편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아궁 화산에서 뿜어진 화산재가 롬복 섬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다. 롬복 국제공항 관계자는 "화산재가 검출될 경우 공항이 폐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높이 3천142m의 대형 화산인 아궁 화산은 1963년 대규모 분화를 일으켰고, 당시에는 화산 인근 주민 1천10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당국은 이후 50여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아궁 화산이 지난 21일과 25일에 이어 또다시 분화하자 화산 인근 마을에 마스크를 배포하고, 분화구 반경 6∼7.5㎞의 위험구역 내에 남아 있는 주민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위험구역 내에는 약 0.5㎝ 두께로 화산재가 쌓였다. 현지 언론은 분화구에서 10㎞ 남짓 떨어진 일부 리조트에서도 화산재가 내리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화산재가 지속적으로 분출되면 모든 항공편이 결항될 가능성이 큰 만큼 발리와 롬복을 방문 중인 여행객은 조기 귀국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해당 지역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화산 분화 위험이 사라진 이후로 일정을 조정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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