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화산 나흘만에 또 분화…항공편 결항에 여행객 발 묶여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이 나흘만에 재차 분화하면서 국제선 항공편 21편이 결항했다.
26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전날 오후 5시 30분께 아궁 화산이 분화해 분화구 상공 1천500m까지 화산재를 뿜어올렸다.
분화는 수 시간 이상 이어졌고, 인근 마을에서는 화산재가 옅게 쌓이면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현재로서는 대규모 분화로 이어질 조짐이 없다면서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 대변인은 "지진과 화산활동 등이 늘어나는 현상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궁 화산은 지난 21일에도 약 700m까지 화산재와 수증기를 뿜어냈으나, 당국은 지하의 물과 용암층이 만나 발생하는 침윤층 폭발(phreatic eruption)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잇따른 화산 분화에도 발리 섬의 항공노선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젯스타와 콴타스, 에어아시아 등 일부 항공사들은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을 드나드는 항공편을 자체적으로 취소 혹은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토포 대변인은 "25일 밤 현재 발리로 들어오는 국제선 항공편 8편과 발리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 13편이 취소됐다. 이로 인해 약 2천명의 여행객이 공항에 발이 묶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높이 3천142m의 대형 화산인 아궁 화산은 1963년 대규모 분화를 일으켰고, 당시에는 화산 인근 주민 1천10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이후 50여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아궁 화산이 재차 분화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 9월 22일 경보단계를 최고 단계인 '위험'으로 상향하고 주변 주민을 대피시켰다.
이후 화산활동이 잦아들자 당국은 경보단계를 '심각'으로 한 단계 낮췄지만, 아직도 2만∼3만명에 달하는 주민이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대피소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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