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외국언론, NGO처럼 규율할' 법안 서명…언론자유 침해우려(종합2보)

입력 2017-11-26 21:47
푸틴 '외국언론, NGO처럼 규율할' 법안 서명…언론자유 침해우려(종합2보)

외국 언론매체, 외국 이익 대변기관 지정 규제…EU도 비판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고형규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자국 주재 외국 언론매체를 '외국대행사'(foreign agent)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에 최종 서명했다고 타스 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외국대행사 등록법 개정안은 외국의 자금지원을 받는 언론매체를 외국대행사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러시아는 지난 2012년 외국의 자금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NGO)에 대해 의무적으로 외국대행사로 등록하도록 하는 법률을 채택했으나 지금까지 언론매체들은 이 법률 적용 대상에서 빠졌었다.

개정법은 따라서, 현지 외국 미디어 역시 NGO처럼 규율하겠다는 푸틴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의 서명으로 개정 법률은 관보에 게재되면 곧바로 발효한다.

법률 개정안은 앞서 지난 15일 하원에서 채택된 데 이어 22일 상원에서 승인된 바 있다.

외국대행사로 지정된 언론매체는 외국의 지원을 받는 NGO들이 받는 것과 똑같은 제한과 의무를 지게 된다.

특히 매체를 외국대행사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야 하며 외부의 금전적 지원과 회계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해당 관청에 보고해야 한다.

특정 언론매체를 외국대행사로 지정할지는 법무부가 결정한다.

러시아 법무부는 지난 16일 미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의 목소리'(VOA), 라디오 프리 유럽/라디오 자유(RFE/RL), RFE/RL이 운영하는 다른 7개 매체 등 모두 9개 매체에 외국대행사로 지정될 수 있다는 사전 통지문을 보냈다.

러시아는 이번 조치가 앞서 러시아 관영 뉴스전문 방송채널 'RT'의 미국 지사('RT 아메리카')를 외국대행사로 지정한 미 당국의 조치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미 당국은 RT 아메리카 등이 지난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활동 도구로 활용됐다며 이 매체에 외국대행사 등록을 요구했고, RT 아메리카는 지난 13일 이 요구를 이행했다.

비판론자들은 러시아의 외국대행사법 개정이 현지 언론 자유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푸틴 정권에서 10년 이상 재무장관을 지낸 개혁 성향의 알렉세이 쿠드린 '전략개발센터' 소장은 외국대행사법을 언론으로까지 확대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대행사법 자체가 너무 가혹하며 많은 NGO가 근거 없이 이 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면서 "이 법을 언론으로까지 확대한 것을 유감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대통령 산하 인권위원회도 법률의 결점을 보완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현 개정 법률에 부정적 입장을 표시했다.

유럽연합(EU)도 우려를 표명했다.

EU는 이날 성명을 통해 "외국대행사법은 인권 분야 러시아의 의무에 반하는 행보"라면서 "이는 언론 자유와 독립에 대한 또 다른

위협이며 러시아의 독립적 여론 공간을 좁히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cjyou@yna.co.kr,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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