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테러표적 수피즘은 '평화를 사랑하는 이슬람'"

입력 2017-11-25 17:09
수정 2017-11-25 19:07
"이집트 테러표적 수피즘은 '평화를 사랑하는 이슬람'"

종파 초월해 영성 중시…'사랑·평화·관용'의 신앙

우상숭배 논란에 배교자 낙인…IS는 성지파괴·신도살해령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집트에서 24일(현지시간) 발생한 대형 테러는 이슬람 수피즘에 대한 극단주의적 반감 때문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범행 배후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로 간주되는데, IS가 예전부터 수피즘 추종자를 증오하고 폭력을 가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피즘은 신비주의 성향을 지닌 이슬람의 한 형태다.

물질주의를 멀리하고 명상을 통해 내면에서 신을 찾는 행위, 다른 사상에 대한 관용,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NYT는 수피즘이 이슬람의 한 분파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범주가 넓게 종파를 초월하는 신앙의 한 스타일로 볼 수 있다고 해설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맘인 페이살 압둘 라우프는 무슬림들 사이에서도 수피즘에 오해가 많다고 전했다.

페이살 이맘은 "무슬림들이 수피즘에 품는 미신은 다른 이들이 무슬림에 품는 미신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피즘은 영적인 차원을 중시하는 이슬람일 뿐"이라며 "무슬림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명상, 기도문에 집중하는 이슬람"이라고 덧붙였다.

수피즘은 12세기에 나타난 뒤 한때 이슬람 문명의 주류로서 현재 중국, 서아프리카, 미국까지 널리 퍼져나갔다.

세계로 확산하는 수피즘은 현지 사회의 문화나 신념을 받아들임으로써 토착화에 성공, 인기를 얻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이슬람을 연구하는 알렉산더 D.킨시 교수는 "수피즘은 이슬람 수니파, 시아파 전통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는, 매우 광범위하지만 확실한 형태가 없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역사를 볼 때 수피즘은 13세기 페르시아의 수니파 시인인 루미의 작품과 같은 예술적 걸작을 빚어내기도 했다.

현대 추종자들은 사랑, 평화, 관용과 같은 신념을 견지하고 있다. 킨시 교수는 "평화를 사랑하는 이슬람"이라고 현대 수피즘의 성격을 요약했다.

일부 무슬림은 수피즘 신봉자들을 괴짜라고 보고 있다.

훨씬 더 나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수피즘을 위협으로 보고 그 신봉자들을 이단이나 배교자로 몰고 있다.

올해 2월 IS와 연계된 무장세력은 파키스탄 남부의 외딴곳에 있는 수피즘 철학자의 무덤에서 신도 80여명을 다신론자로 몰아 살해했다.

성인들의 무덤에서 행하는 예배가 핵심관습인 수피 무슬림들은 인도, 중동에서도 공격을 받았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는 자신들의 신념만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에 수피즘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극단주의자들은 수피즘뿐만 아니라 시아파 무슬림들이 성인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행위도 유일신을 배척하는 일종의 우상숭배라고 보고 있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은 선지자 모하마드의 시대에 성인들은 이슬람 예배의 일부가 아니었다며 수피즘 신자들을 배교자로 간주하고 있다.

킨시 교수는 "수피즘에 반대하는 이들은 성지와 살아있는 성인을 우상으로 본다"며 "그들의 존재나 그들에 대한 숭배는 신과 숭배의 대상은 오로지 하나일 뿐이라는 이슬람의 핵심교리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우상숭배를 이유로 수피뿐만 아니라 시아파에도 적대감을 보인 수니파의 양대 테러집단 알카에다와 IS는 공격이 정당한지를 두고는 이견을 보였다.

알카에다는 IS의 전신이던 조직이 이라크 전쟁 초기에 시아파를 표적으로 삼은 점을 비판했다.

2012년 말리 팀북투에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조직 안사르 디네가 수피 성인의 묘지를 허물었을 때도 유감을 나타냈다.

신학적으로는 정당화되지만 그 지역 무슬림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어 현명하지 않다는 게 사유였다.

그에 반해 IS는 성지를 타깃으로 삼는 수준을 넘어 수피즘 신봉자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라고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있는 모스크에서 최소 230여명을 살해한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는 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집트 당국과 서방 정보기관들은 IS 이집트 지부의 소행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