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출가 노다 히데키 "관객반응 열렬…서울에 오길 잘했네요"
소통 없는 불관용 세계 꼬집은 '밖으로 나왓!' 공연…연출·극작·연기 '1인3역'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일본에서부터 지금까지 공연 중에 관객반응이 가장 열렬했어요. 커튼콜 때 '역시 서울에 오길 잘했구나, 이게 서울이었구나' 하고 생각했죠."
일본의 유명 연극 연출가 노다 히데키가 다시 한국 관객들을 찾아왔다.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밖으로 나왓!'을 통해서다.
노다 연출은 2009년부터 도쿄예술극장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이번 공연은 2005년 '빨간 도깨비'와 2013년 '더 비'(THE BEE), 2014년 '반신' 이후 3년 만의 한국공연이다.
이번 작품은 각자 외출 약속이 있던 아빠와 엄마, 딸이 출산 직전인 강아지를 돌보는 일을 두고 갈등을 빚는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서로 자기가 외출을 해야 한다며 싸우던 가족은 결국 아무도 외출하지 못한 채 집안에 쇠사슬로 묶여 갇히는 신세가 된다. 서로를 비난하던 가족들은 마지막에 서로를 이해해가는 듯싶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영어 제목 '원 그린 보틀'(One Green Bottle)은 영국에서 숫자를 가르칠 때 쓰는 동요 '텐 그린 보틀스'(Ten Green Bottles)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10병으로 시작해 한 병씩 숫자가 줄어들어 결국 마지막에는 한 병도 남지 않게 되는 가사가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한다.
가장 작은 공동체인 가족 안에서도 자기주장만 내세우며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은 소통과 관용이 없는 세계의 이야기로도 치환할 수 있다.
노다 연출은 24일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마지막에 '물이 있나요'라는 대사는 때를 놓쳐버린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라면서 "코미디지만 절망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연출과 연기를 병행해 온 노다 연출은 이번에도 극작과 연출, 연기까지 1인 3역을 소화했다.
노다 연출은 "17살 때 처음 희곡을 쓰고 연기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연출과 연기를 함께하는 것이) 몸에 뱄다"면서 "연기의 객관성이 결여된다는 단점도 있겠지만 연출가 시점뿐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시점이 생기는 것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남성 캐릭터를 여성 배우가, 여성 캐릭터를 남성배우가 맡는 등 성별을 파괴한 캐스팅이 인상적이다. 영국 여배우 캐서린 헌터가 아빠역을, 남성배우 글린 플릿차드가 딸역을 맡았고, 노다 연출은 엄마역을 맡았다.
노다 연출은 "성별을 바꾼 캐스팅은 4년 전 '더 비'에서도 했던 것"이라면서 "특별히 이번 작품에서는 성별을 바꾼 캐스팅을 통해 (여성역할을 맡은) 남자(배우)가 남자(캐릭터)를 비난하고, 여자가 여자를 비난하면 뭔가 객관성을 주기도 하고 대사가 좀 더 잘 꽂히지 않을까 기대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3년 만의 한국공연에 대해 사전 인터뷰에서 "나는 차게 식어버린 극장을 싫어하는데 한국 관객은 항상 극장을 따뜻하게 해준다"면서 "그래서 이번에도 그 극장의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는 한국행에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차례대로 올림픽을 치르는 한국과 일본, 중국 3개국의 예술가들이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문화 올림픽'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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