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하는 韓경제] 수출이 이끈 성장…금리·환율·유가 '3高'가 변수

입력 2017-11-27 06:11
수정 2017-11-27 07:09
[반등하는 韓경제] 수출이 이끈 성장…금리·환율·유가 '3高'가 변수

올해 한국 수출 증가세, 10대 수출국 중 1위…당분간 안정세 전망

환율 하락세로 수출 악영향 우려…금리·유가도 내수 제약 가능성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2%대 성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 경제가 올해 수출을 발판으로 반등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에 달하는 '깜짝' 성장을 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장률이 7년여 만에 2위로 껑충 올라섰다.

앞으로도 세계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당분간 수출 중심의 성장 동력이 유지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잇따라 최저점을 경신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국내 금리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고 유가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 아직 기지개를 켜지 못한 내수가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한국 수출 증가세 1∼3분기 1위 행진…추경으로 성장 가속

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월간 상품수출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수출 증가세는 올해 들어 연중 주요국 중 압도적인 1위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1∼9월 세계 교역의 약 90%를 차지하는 주요 71개국의 상품수출은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

이중 한국은 상품수출이 전년 대비 18.5% 늘어 세계 10대 수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올해 1분기, 2분기, 3분기 내리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9월 수출은 세계 평균 증가율인 11.1%의 3배 이상인 35.0%나 늘었고 10대 수출국 중 2위인 네덜란드(14.6%)와도 큰 격차를 보였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세는 지난해 산업 구조조정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비틀대던 한국 경제에 기분 좋은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수출 기여도가 높다"며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는 확 올라갔다가 세계 경제가 침체 될 때는 확 꺼지는 산업구조"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교역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의 수출 호조세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이사가 지난 15일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을 전망하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국가가 특히 혜택을 볼 것"이라고 예측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특히 올해 한국 수출 증가를 이끈 반도체 분야는 내년에도 낸드와 D램에서 고성능·고용량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수출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편성한 11조3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도 성장세에 힘을 더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정부소비 증가율은 2.3%로 2012년 1분기(2.8%) 이후 5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일자리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추경 예산이 집행되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2%p씩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3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타난 것은 수출과 함께 추경의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거침없는 원화가치 상승세…수출 발목 잡나

다만 최근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는 불확실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에 더해 한국 경제를 짓누르던 북한 리스크도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이어지면서 원화가치는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다.

지난 24일 원화는 오전 9시 8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보다 0.2원 낮은 달러당 1,085.2원에 거래되면서 사흘 연속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흔히 환율의 움직임은 수출·수입 등에서 긍정·부정 효과를 동시에 가져오기 때문에 '양날의 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수출 중심의 개방형 경제라는 점에서 직구 등 수입품 가격 하락에 따른 편익 증가분보다 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실이 더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환율이 하락하면 국제 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품의 달러화 표시 가격이 상승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기업의 채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 당국이 환율의 하락세를 예의 주시하는 것은 수출을 중심으로 불이 붙은 한국 경제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2018년 환율 전망: 달러 약세, 아직 갈 길이 멀다' 보고서에서 내년 3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이 달러당 1,08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원화가치 절상 흐름이 가팔라지면 수출 기업의 영업이익 등에 악영향 미칠 가능성이 크고 이런 부분들이 경기 흐름을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원화와 함께 이달 말 기준금리 상승 전망과 유가 상승세도 경제 성장의 불확실성으로 꼽히고 있다.

금리 상승은 1천400조 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져 아직 채 회복되지 못한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가 상승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9월보다 3.5%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유가는 꾸준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유가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고 석유화학 등 수출 제품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여전히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고용 상황도 정부가 안정적인 내수 회복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당면 과제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11월 수출이 예상보다 잘 되고 있어서 4분기 성장은 추석 연휴 효과에도 0% 초·중반대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전망은 환율, 금리, 유가 등 변수가 있어서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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