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혈제 부작용 피해자의 눈물…"결국 문제는 환자 몫"

입력 2017-11-25 07:40
지혈제 부작용 피해자의 눈물…"결국 문제는 환자 몫"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제조사도, 병원도 문제가 생긴 지 벌써 석 달째인데 사후처리에 적극적인 곳이 없습니다. 결국, 피해를 해결하고 감내하는 건 환자 몫인 거죠."

A씨는 요즘 아내 B(55·여)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지난 8월 22일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부작용으로 재수술을 받은 뒤부터 아내는 이전 목소리를 잃고 탁한 쇳소리를 낸다.

목에는 커다란 흉터가 남아 통원치료를 할 때면 스카프로 가리고 다닌다.

첫 수술 후 증상은 나빴다.



A씨는 "수술 부위에서 고름이 주르륵 나오더라고요. 남은 건 주사기로 빨아들였어요. 아내가 눈과 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도 호소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보통 수술 후 1주일이면 경과가 좋아져 통원치료를 받는다고 의료진에게 설명을 들었는데 아내는 2주 가까이 입원해도 차도가 없었다.

처음에는 병원 의료진이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사이 같은 병동에서 갑상선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도 비슷한 증세가 이어졌다.

A씨는 "의사가 아내보다 증상이 심한 사람이 있어서 CT를 찍고 확인을 했나 봐요. 그러면서 수술 때 체내에 넣은 신제품 지혈제가 녹지 않고 남아 염증을 일으킨 것을 안 거죠"라고 말했다.

비슷한 부작용은 다른 병원에서도 발견됐다.

부산에서 확인된 병원 2곳에만 재수술을 받은 환자가 31명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혈제 제조사와 병원 측의 문제 해결 방식에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병원은 사후처리에서 아예 쏙 빠져버렸습니다. 재수술 비용 400만원은 현재 제가 부담한 상태입니다. 퇴원하려면 일단 돈을 내야 하거든요. 병원은 환자가 제조사에 책임을 묻고 나중에 돈을 받아내라는 거죠. 그런데 저희는 병원과 수술 계약을 맺었어요. 의료진의 안목과 판단을 믿고 수술을 맡겼는데 문제가 벌어지고 귀책 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찾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병원만 쏙 빠져버리는 게 과연 맞나요"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고 난 뒤에야 그동안 병원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알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A씨는 "의료진이 병원장한테 보고하고, 식약처와 학회에도 이 문제를 신고했다는 건 기사가 나가고 알았다"면서 "저희가 피해잔데 저희는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요"라고 말했다.

A씨는 문제가 불거진 지 석 달이나 지나서야 언론에 이를 알리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A씨는 "환자들 대부분이 여성이고 아직 치료를 받는 중이라 제조사나 병원 측의 태도를 지적하기 어렵습니다. 환자는 늘 '을'의 위치에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제조사 측과 합의를 진행 중이지만 이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려진 피해 환자 중 합의한 피해자는 1명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사 측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는 손해사정인을 통해 치료비와 위자료로 보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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