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도전하는 중국영화, 한국서도 통할까
블록버스터 액션 '특수부대 전랑 2' 국내 개봉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막강한 자본과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영화가 이제 자국을 넘어 해외시장을 넘보고 있다. 올해 중국 영화계 최대 화제작이자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특수부대 전랑 2'가 이달 말 한국에 상륙한다.
중국은 최근 할리우드에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완다(萬達)그룹은 2012년 미국 제2의 영화관 체인 AMC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다크 나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사들였다. 리루이강(黎瑞剛)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 회장은 브래드 피트와 톰 크루즈 등이 소속된 에이전시 CAA에 지분을 투자했다.
반대로 자국시장에서는 수입 쿼터제를 엄격히 지키면서 중국영화를 지원한다. 중국은 영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국영화산업촉진법을 만들어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이 법은 중국 문화와 사회주의 가치관, 국가정책에 부합하는 영화를 '권장'한다. 영화산업의 체계를 갖추고 국가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것이다.
국가의 입김이 강한 탓인지 지금까지 중국영화는 '내수용' 성격이 강했다.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렸더라도 해외에서 통한 영화는 드물다. 할리우드 영화에 눈높이가 맞춰진 관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판타지 로맨스 영화 '미인어'는 저우싱츠(周星馳) 감독의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관객 4천270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하는 '특수부대 전랑 2'는 중국 내 관객수 1억5천만 명을 헤아리는 폭발적 흥행으로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영화를 따라잡으려는 중국 영화계의 노력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우선 서사가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의 전형적 문법을 따른다. 미국인 영웅이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에서 주인공의 국적만 바꿨다. 실제 전투에서 사용된 T-59 전차 10대를 동원해 그중 2대를 폭파하는 등 규모 면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3천만 달러(약 325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영화는 시작부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한 중국인이 바닷속에서 총칼 든 해적들을 무찌르며 앞으로 펼쳐질 치열한 전투를 예고한다. 2분여 동안의 수중 액션 장면을 위해 '캐리비안의 해적' 촬영팀이 투입됐다.
전직 특수부대 군인 렁펑은 치명적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가는 위험한 땅에서 국가 장악을 시도하는 반란군과 싸운다. 차량 추격전과 헬기를 이용한 민간인 구조를 포함해 영화에서 활용 가능한 대부분의 액션이 등장한다. 렁펑은 2시간 내내 때리고, 찌르고, 쏘고, 달린다. 그 결과 현지 중국 교민은 물론 아프리카 민중도 구한다.
세계진출에 대한 중국인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에피소드들을 보면 중국 관객을 우선적으로 겨냥한 영화다. 전반적 만듦새는 아직 할리우드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기존의 '기합 넣는' 액션에서 벗어나 할리우드 액션의 외피를 씌웠다는 점에서 중국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작품이다.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중국 정서가 묻어있을 수는 있지만 내용보다는 볼 만한 액션 장면이 많아 성공한 영화"라며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과 국내에 거주해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중국인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자본을 투입하는 수준을 넘어 영화 자체로 할리우드를 추격하는 변곡점이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대근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대표(한국외대 교수)는 "'특수부대 전랑 2'의 성공은 중국 고유의 대중문화 수출전략인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그동안 약점으로 꼽혀온 기획력을 어느 정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국영화의 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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