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헌재소장 장기 공백 사태 재발하면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2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국회는 출석의원 276명 가운데 찬성 254명, 반대 18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2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여야가 별다른 이견 없이 '적격' 의견을 담은 인사청문 결과보고서를 채택했기 때문에 임명동의안의 무난한 통과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이진성 헌재소장은 곧바로 공식 임기에 들어갔다. 이로써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298일 만에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해소됐다. 이날 유남석 신임 재판관도 임명장을 받음으로써 헌재 9인 체제도 온전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말해야겠지만, 그동안 겪은 지루한 다툼 때문에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지난 2012년 9월 20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아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내년 9월 재판관 임기를 마치게 된다. 1년도 채 못 되는 기간만 헌재소장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이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재판소장의 임기와 관련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있어서 이렇게 이상하고 낭비적인 상황이 생겨났다. 헌재소장의 임기규정이 모호한 탓에 현직 재판관이 소장이 되면 임기를 새로 6년 시작해야 한다는 해석과 재판관으로서의 잔여 임기만 해야 한다는 해석이 충돌해 왔다. 이번에는 청와대가 소장 후보를 지명하면서 잔여 임기만 수행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신임 소장도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다시 확인하는 형태로 문제를 정리했다. 다만 신임 소장은 청문회에서 "헌재소장의 임기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방식을 취했다. 아울러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아 공백 사태가 빈번하게 생긴 현실을 지적하면서 "후임자 임명 때까지 임기만료 후에도 직무를 수행토록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헌재소장 임기 문제를 이대로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헌법 수호의 최후의 보루라는 헌재의 위상과 정치적 중립성 등을 고려할 때 국회 상황에 따라 수시로 수장 자리가 비고, 대행체제가 장기간 이어지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차제에 헌재소장 임기 문제와 함께 행정ㆍ입법ㆍ사법 3부의 동등한 인사권 및 구성원칙에 관한 논란도 정리돼야 한다. 무엇보다 헌재소장 임기 문제는 서둘러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대로라면 불과 10개월 뒤면 헌재소장의 임기 문제가 또다시 논란거리가 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