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KB금융 사외이사 찬성에 절차적 논란"(종합)

입력 2017-11-24 18:04
"국민연금의 KB금융 사외이사 찬성에 절차적 논란"(종합)

한국금융연구센터 심포지엄…의결권행사 전문위 지위 모호

"별도 기금운용공사 또는 복수 운용본부 설립" 제안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국민연금기금이 KB금융지주의 임시주주총회에서 노조 측 사외이사 선임안에 찬성 의결권행사를 한 과정에 절차적 논란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24일 오후 한국금융연구센터가 서울 중구 YWCA회관에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과 기업지배구조'를 주제로 개최한 추계 정책 심포지엄에서 당시 안건에 대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가 아닌 기금운용본부에서 직접 결정한 것을 놓고 이러한 의견을 밝혔다.

박 교수는 "국민연금이 KB금융 노동이사제 안건에 찬성한 것이야 의결권행사지만 그 의사결정이 이뤄진 절차적 이슈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전문위에 결정을 맡길지에 대한 결정 권한은 기금운용본부에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가입자단체, 학계 등에서 추천하는 8명의 위원으로 구성한 기구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행사 결정을 하고 전문위는 기금운용본부가 요청한 안건에 대해서만 심의할 수 있다.

이번 KB 주총에서도 전문위는 기금운용본부가 심의를 요청한 정관 개정안에 대해서만 의견을 밝혔고,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는 아예 의견을 내지 못했다.

박 교수는 "이처럼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해 전문위 의견을 받게 되면 자문기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상은 전문위에서 내린 결정에 귀속되게 되어있다"며 모순적인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위를 자문기관으로 격하시키려면 아예 ISS 같은 곳에서 자문받는 것이 낫고 아니면 전문위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기금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별도 공기업을 설립해 운용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으며, 기금운용본부 역시 과도한 정부 통제 속에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 지배구조에서는 복지부 장관이나 공무원이 정치 또는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기금을 운용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 신임 이사장의 언행을 봐도 여전히 정치 논리가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빈 교수는 정부가 전액 지분을 출자한 공기업인 가칭 '기금운용공사'를 만들고 인사와 자산운용 부분에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석한 임형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 운용본부를 복수로 두고 성과에 연동해 자금을 배정할 수 있다"며 "이렇게 해야 국민연금의 책임성이 개선되고 결과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성원 아주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먼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기금을 제대로 운용하는 데 필요한 행동지침을 뜻한다.

서 교수는 "연금 자산 운용자는 국민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정착되려면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다"며 "적어도 3년간 가치투자에 바탕을 두고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국민연금도 이런 것이 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