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채점 수험생들 '불국어·불수학'에 울상…"어이없어 웃음만"

입력 2017-11-24 10:50
가채점 수험생들 '불국어·불수학'에 울상…"어이없어 웃음만"

국어 '킬러 지문'·수학 일부 유형에 당혹 반응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국어영역 비문학을 풀면서 정말 어이가 없어 웃음 밖에 안 나왔어요. 절반 정도 맞힌 것 같네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24일 등교한 서울 서초고 3학년 송민진(18)양은 국어영역 난도에 거듭 혀를 내둘렀다.

송양은 "비문학에서 정책 관련 문제가 나왔는데 읽히지가 않아 웃음만 나왔다"며 "수학과 영어는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국어는 전혀 안 남았다"고 말했다.

이날 가채점표를 내러 학교에 온 수험생들은 국어영역을 두고 "다 풀었냐", "시간 완전 부족했다"라며 문제가 어려웠음을 서로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난도가 높았다며 "지문 실화임?"이라고 푸념하는 학생도 있었다.

여의도고 김우진(17)군은 "가채점에서 수학과 과학탐구는 예상대로 나왔는데 국어가 생각보다 낮았다"며 "기출문제 중심으로 공부했는데 주제 자체가 워낙 어려웠고, EBS 연계율은 아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복고 3학년 황상민(18)군은 "국어는 경제 지문과 통신시스템 부호화 관련 지문이 '킬러 지문'이었다. '이걸 지문만 갖고 판단할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나는 성적이 평소와 비슷하게 나와 다행"이라고 했다.

같은 학교 노승호(18)군도 "나는 평소 모의평가보다 잘 나왔는데, 비문학 경제 지문이 너무 어려워서 그냥 다 찍고 넘겼다는 친구들도 있다"며 "문학에서도 '관촌수필'이 나왔는데 익숙하지 않은 지문이어서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작년에 이어 '불수능' 기조를 유지한 수학 영역 가채점 결과를 두고도 학생들 입에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여의도고 3학년 김모(18)군은 "수학 가형에서 미분과 적분이 번갈아 출제됐다든가, 조합을 이용한 문제가 나왔다든가 하는 걸 보면 고3에게는 어렵고 학원에서 수능만 준비하는 재수생에게 유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과생인 서초고 최리예(18)양도 "수학영역에서 새로운 유형이 나와 확실히 당황스러웠다"며 "전체적으로 아주 어렵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라며 비슷한 의견을 냈다.

가채점을 마친 일부 학생들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망했다", "재수해야겠다", "내년에 같이 다시 보자"라고 떠들며 서로 위안했다. 실망이 큰 듯 아예 가채점표를 작성조차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학생도 있었다.

황병숙 서초고 3학년부장 교사는 "가채점 결과를 모두 취합하지는 못했지만 대화하면서 어느 정도 파악해보니 국어와 수학이 어려웠다고 했다"며 "문과는 국어와 영어가, 이과는 수학이 당락을 가를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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