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시리아 아사드 적에서 조력자로
아사드 양대 후견인과 손잡고 "하나의 시리아 위해 노력" 선언
쿠르드 배제가 터키 우선순위…러 "이견 있어도 대표자회의 무산 안 될 것"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국제사회에서 '왕따'에 가까운 처지에 몰렸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러시아·이란 외에 또 다른 강력한 조력자가 생겼다.
역설적이게도 수니파 강국 터키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러시아·이란 정상과 만난 후 "시리아 아랍공화국의 주권, 통합, 영토 보존을 위해 강력히 노력한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지난해까지 시리아 아랍공화국의 국가원수,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 모습과는 딴판이다.
터키는 반군조직, 그 중에서도 '자유시리아군'(FSA)의 후견인으로 시리아 정권 몰락을 지원했다.
2013년에는 터키 정보기관이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무기를 몰래 공급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시리아 중앙정부를 흔들기 위해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발호를 묵인·방조하고, 지원했다는 의심까지 받았다.
지난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사드 대통령을 '살인자'와 '테러범'으로 지칭하며, "역사는 그를 도운 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사드의 양대 후견인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손을 맞잡았다.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정권 지탱에 협력자가 된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180도 변화는 아사드 퇴진보다 쿠르드계 억지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소치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터키의 우선 순위는 앞으로도 터키의 안보와 더불어 시리아의 정치적 통합과 영토 보존을 위협하는 테러범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러범 요소'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와 그 정치세력을 가리킨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시리아 국민대화 대표자회의'에 쿠르드계 참여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3일 "터키가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세력에 관해 거리낌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로 인해 대표자회의가 무산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앞으로 대표자회의 참가자 명단을 놓고 점검해서 합의하는 일련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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